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라운지바 '그레이스 베이'는 40도 싱글몰트 위스키 맥켈란을 활용한 '칵테일 정찬 코스'를 선보이고 있다. 식사가 아닌 술로 구성된 메뉴 구성은 독특한 시도다. 에피타이저, 메인, 디저트로 구성된 코스 칵테일은 순한 맛을 시작으로 높은 강도까지 각 메뉴별로 향긋하고 달콤한 맛이 차례로 준비돼 있다.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위스키업계가 여름철 비수기를 맞아 신소비층 공략을 통한 소비 확대를 꾀하고 있다.
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올 1~5월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74만8,026상자(500mlx18병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 84만8,895박스보다 11.9% 줄었다. 계속되는 불황에다 음주 문화도 저도주 위주에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로 바뀐 탓에 위스키 판매량은 2007년 이후 6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스키 브랜드들은 과거 '양폭(맥주+위스키)'의 이미지를 벗고 위스키의 맛과 향을 즐기는 새로운 위스키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맥켈란은 여성을 타깃으로 시음회가 아닌 시향회인 '로자 도브 아로마 테이스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스페인산 셰리 오크통에서 숙성돼 독특하고 풍부한 향으로 유명한 맥캘란이 고안해 낸 시향회로, 유럽의 향수 전문가 로자 도브가 개발한 아로마 키트를 통해 맥캘란의 12가지 향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 맥캘란 관계자는 "위스키 입문자들에게 향이 중요하다는 점에 강조하기 위해 시작한 행사지만 향기에 민감한 여성들의 호응이 높아 최근에는 여성 커뮤니티를 타깃으로 행사를 집중하고 있다"면서 "고도주인 위스키의 거부감을 줄이면서 여성들이 좀더 쉽게 위스키를 접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설명했다.
맥캘란은 또 덥고 습한 여름날씨에 맞춰 얼려먹거나 하이볼, 올드패션드, 시원한 칵테일로 만들어 마시는 다양한 레시피들을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 소개하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주요 레스토랑과 손잡고 싱글몰트 위스키를 위한 '싱글몰트&다이닝코스' 메뉴를 운영 중이다. 다양한 풍미와 향을 취향대로 선택해 즐길 수 있는 싱글몰트 위스키의 특성에 맞춰 레스토랑마다 싱글몰트 위스키와 어울리는 특별 매칭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문샤인' 이태원점과 홍대점에서는 '싱글톤' 15년과 낙지 튀김, 싱글톤 18년과 차돌박이 숙주볶음 등을 각각 매칭했다. 프리미엄 레스토랑 '엘본더테이블' 이태원점에는 싱글톤만을 위한 코스 메뉴인 훈제연어 크림스프, 최현석 셰프의 대표 음식인 드라이에이지드 한우스테이크 등이 준비돼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은 젊은 층이 모이는 SNS 등을 활용해 녹차를 이용해 집에서도 마실 수 있는 칵테일인 '글렌피딕 피딕퓨전' 레시피를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글렌피딕 관계자는 "얼음을 넣은 언더락 잔에 글렌피딕 12년을 스트레이트로 넣고 녹차를 더한 후 민트 잎 5개를 올리면 목넘김이 부드럽고 색다른 풍미를 자아내 여름철 상큼한 위스키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수도권이 아닌 지방을 적극 공략하는 사례도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임페리얼'은 대전, 대구, 부산, 광주, 강원도, 제주 등 그 지역에서만 판매되는 한정판인 '임페리얼 클래식 12 시티에디션'을 통해 지역 밀착형 마케팅을 펼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4월 부산에서 '장동건 에디션'을 출시한 데 이어 5월에는 '부산 에디션' 재출시와 함께 페르노리카 그룹의 피에르 프링게 회장이 부산을 직접 방문해 한국해양대학교와 향후 3년간 부산 지역 해양 환경 보존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내용의 업무 협약식을 가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류 시장은 앞으로도 '저도주 문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위스키 업계의 다양한 변신이 예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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