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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통제불능 상태/어제 상승제한폭까지 폭등 957원 돌파

◎정부 이틀새 10억불 매각불구 “역부족”/증시붕락 맞물려 불안가중 공황 현실화환율이 통제불능 상태에 빠졌다. 28일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은 이날의 상승제한선인 달러당 9백57원60전까지 치솟았고 모든 외환거래가 사실상 중단됐다. 이날 상오 환율안정을 위해 10억달러 가까운 현물, 선물환 물량을 팔려고 내놓았던 외환당국은 상오 11시께 더이상 환율방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순간 매도대기 물량을 대부분 거둬들였다. 외환당국자 입에서 『환율을 방어할 현실적 대안이 없다』는 말이 나왔고 공황을 예감한 시장참여자들은 당국의 개입을 촉구했으나 이후 외환시장은 냉엄한 「시장논리」에 내맡겨졌다. 환율의 「적정수준」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이겠지만 이날 결과만 놓고보면 수차례 환율적정선 사수를 외쳐온 외환당국의 통제범위를 일단 벗어난 게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외환당국이 마냥 손을 놓았던 것도 아니다. 지난주까지 30억달러이상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진 당국은 27일 5억달러, 28일 4억달러를 시장에 또 풀었다. 그러나 환율을 안정시키기는 커녕 시장개입의 한계만 노출시켜 외환보유액을 축낸 결과가 됐다. 외환당국이 방어할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어선 상황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환시장은 이제 증시나 자금시장과 직접적으로 파급영향을 주고받는 시장이 됐다. 28일에도 종합주가지수 5백선이 무너진 증시의 불안심리가 곧바로 외환시장의 공황 상태를 몰고왔다. 외환위기에 대한 공포는 점차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8백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자랑하는 대만이나 외환보유액 1천억달러의 홍콩이 각각 무너진 이유는 「외화보유액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미처 손쓸 사이없이 닥쳐온 환율상승, 주가폭락 압력」때문이다. 「지난 1년간 환율이 얼마나 상승했는가」보다는 「얼마나 단기간에 환율이 급등했나」가 더 위력을 발휘하는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기준환율 9백14원80전과 28일 환율 최고치 9백57원60전사이에는 불과 7영업일동안 무려 「42원80전」이라는 간극이 있다. 그동안 9백20원, 9백30원선이 차례차례 무너졌고 27,28일 연이어 9백40원, 9백50원선이 깨지면서 당국의 시장개입 엄포를 두려워하는 시장참가자들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 상황은 이미 외환위기의 시작이나 다름없다는 느낌이다. 한편 재정경제원은 28일 원화환율이 9백50원을 넘어서자 당황해하는 표정이 역력했으나 겉으로는 「처변불경」이라면서 애써 태연함을 연출. 외환담당자들은 환율이 상오중 한때 약보합세를 보이자 『더 이상 오를 이유가 없다』며 여유있는 표정을 지었으나 하오들어 9백50원선을 일거에 돌파하는 급등세를 보이자 대경실색. ◆환율상승 제한폭이란=외국환관리규정 1―11조에 따르면 외국환은행간 하루 환율변동 제한폭은 그날의 기준환율대비 상하 2·25%로 돼 있다. 28일 기준환율이 달러당 9백36원60전이므로 상승허용폭은 21원 상승한 9백57원60전이 된다. 상한에 도달한 뒤 그 수준에서 매물이 없으면 거래가 이루어 지지 않게 된다. 이처럼 환율이 상승제한폭까지 오른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김준수·손동영 기자> ◎재계반응/자금난·환차손 비명… 내년계획 긴급 재검토 주가폭락, 환율급등 등 기업경영의 중심축이 힘을 잃으면서 재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기업들은 달러당 9백원선을 넘어설 때만 해도 수출가격 경쟁력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으나 9백50원선에 이르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주가폭락과 금리상승이 겹치면서 내년도 경영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으며 올해 결산에서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경제5단체 상근부회장과 기조실장들도 긴급회동, 경제위기 타개방안을 모색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종합상사들은 별다른 카드가 없다며 수출확대만 독려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전체물량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동남아시장이 통화위기로 무너졌고 다른 나라 환율도 동반 상승, 수출가격경쟁력에 별 도움이 안되고 있다. SK, LG칼텍스 등 정유5사의 환차손은 이미 6천억원을 넘어섰으며, 연말까지는 8천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의 연평균 매출액 이익률이 2%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연말 결산에서 정유 5사 모두가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업계도 올해 사별로 1천5백억∼3천억원의 환차손을 예상하고 있다. 업계는 자금조달원인 증시가 폭락한데 대해서도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재벌그룹 계열사들은 증시침체 속에서도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채권시장에서 숨을 돌릴 여유가 있으나 대다수 기업들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가폭락으로 해외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재계는 현재와 같은 환율상승추세가 다음달초까지 이어질 경우 기업경영이 위험수위를 넘어서 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의 연쇄부도가 이어지는 등 오일쇼크 이상의 심각한 국면을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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