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도 임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직원들의 나이가 많은 것은 품질관리, 노하우 전수, 위기관리 등에서는 유리하지만 '창의와 활력'이라는 점에서 젊은 피 수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근속연수가 긴 임직원들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기업의 임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사회적으로는 청년 일자리 측면에서도 기업 임직원 고령화는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먼저 한국 주요 대기업 임원들의 연령대를 보면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나이가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이고 전체 임원의 평균 나이는 52~53세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업 임원의 평균 연령은 외환위기 때 대폭 낮아졌지만 점차 올라가고 있다.
실제로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30대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임원 평균 연령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7년 51세, 2009년 51.7세, 2010년 52세로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철강, 정유ㆍ화학, 자동차 등 산업의 역사가 긴 분야일수록 고령화가 두드러진다.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수시 인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경영진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회장ㆍ사장단은 60대가 주류다.
부회장 중 설영흥 부회장 68세, 최한영ㆍ윤여철ㆍ신종운ㆍ이형근 부회장은 61세이고 김용환 부회장만이 50대(57세)다. 이들 중 윤 부회장은 60세에 퇴직해서 61세에 재입사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사장단도 마찬가지다. 안병모(63), 김충호(62)세, 이삼웅(61), 피터 슈라이어(60) 사장이 60대이고 권문식(59), 정진행(58), 김해진(56) 사장 등은 50대 후반. 이러다 보니 현대차 244명 임원의 평균 나이는 60.5세이고 기아차는 56.6세다.
중소기업 고령화도 심각하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CEO 가운데 60세 이상의 비중은 1993년 10.6%에서 2010년 15.5%로 확대됐다. 중소기업 CEO의 평균 연령은 같은 기간 48.2세에서 50.6세로 높아졌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CEO 나이가 많은 특징을 보여 영세 소공인 CEO 평균 연령은 53세다. 아버지가 평생 고생한 모습을 보고 자란 이들의 자식 세대도 가업 승계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고령화는 더욱 급속히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제조업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데 대해서도 지속적인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생산직 평균 연령은 46세로 지난해 8년 만에 생산직 신입사원을 뽑은 일은 대대적인 뉴스가 되기도 했다"면서 "대기업 계열의 자동차, 철강, 정유ㆍ화학, 조선, 중공업 등 공장에서는 한 번 들어온 직원들이 어지간하면 이직하려고 하지 않아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중소기업의 열악한 사업장에서는 신입사원이 입사하려고 하지 않아 직원 평균 나이가 많아지고 있다. 국내 한 화학 분야 대기업 관계자는 "신규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2ㆍ3차 업체들이 꽤 있다"며 "이 경우 장기적인 협력이 어려워지기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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