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의 인수합병(M&A)이 하드웨어가 바뀌는 것이라면 소프트웨어라 통칭할 수 있는 보험산업 내부의 각종 영업 행태들도 확 변하고 있다. 당장 각종 제도들의 흐름이 크게 달라지는 모습이 눈에 띈다. 금융 당국은 보험의 유통 구조를 바꾸겠다면서 보험설계사들에게 주는 선지급 수당 지급 방법에 메스를 가하고 있고 이와 맞물려 보험 가입과 지급절차 등도 까다로워진다. 보험사들의 무분별한 외형확대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반면 현대자동차와 농협의 보험업 본격 진출에 따라 보험사 간 경쟁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들어 은행지점에서 보험을 파는 방카슈랑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은행을 '갑'으로 모셔야 하는 보험사들은 이래저래 투박한 환경에 처할 수밖에 없게 됐다. ◇강화되는 규제=외국계 생보사에서 설계사로 근무하는 김보씨는 한달 받는 돈만 1,000만원에 육박한다. 보험사가 설계사에 월 보험료의 3~4배에 이르는 판매수당을 1년 내에 90% 정도까지 선지급해주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설계사하겠다고 달려드는 것이 바로 이 선지급수당 때문인데 반대로 고객들은 이 문제로 해약환급금을 적게 받아왔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은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부터 선지급 수당 지급비율을 낮추기로 했다. 관련 방안이 매듭 단계다. 1년 내 지급 비율을 낮추는 것인데 70% 수준이 확실시된다. 당초 60%까지 낮추는 것도 거론됐지만 설계사들의 반발을 우려해 타협점을 찾았다. 어찌됐든 설계사들로서는 단기 실적 위주의 '묻지마 영업'이 힘들어질 듯하다. 철새 설계사들도 줄어든다. 지금까지 상당수 설계사들이 선지급 수당만 챙기고 회사를 옮겨 불완전판매 분쟁이 많았는데 관련 문제점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적을 올리려 무분별하게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행위도 힘들어진다. 금융감독원이 보험가입과 보험금 지급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부실 계약을 막아 보험료를 낮추겠다는 게 당국의 복안이다. 최근 금감원은 보험사 임원들에게 보험금 지급 심사를 대폭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특히 최근에는 당국이 불완전판매와 민원에 신경을 쓰고 있어 보험사 부담이 더 크다. 내년 중 금융소비자원이 설립되면 민원이 많은 보험업계는 집중적으로 관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올 상반기 보험사 민원건수는 1만9,688건으로 은행과 비은행의 합(1만5,349건)보다도 많다. 증권ㆍ자산운용사에 비해선 9배다. ◇내부경쟁은 더 강화할 듯=외부 압력은 강화되지만 내부 보험사 간 경쟁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녹십자생명이 내년부터 현대자동차의 지원을 받아 본격 시장진입에 나설 경우 서로 고객을 뺏고 뺏기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내년 3월 농협 금융지주사가 출범하면 사활을 건 경쟁이 불가피하다. 설계사의 대거 이동이 예상된다. 보험의 경우 아직까지 '지인 영업'의 특성이 강해 핵심 설계사들이 이동할 경우 보험사에 미치는 타격은 적지 않다. 문제는 또 있다. 방카슈랑스 의존도가 급격하게 높아지는 것인데 최근에는 삼성ㆍ대한 등 대형사들에도 이 같은 추세가 나타난다. 보험업계는 방카슈랑스 비중이 높아질 경우 은행에 판매채널이 종속된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생보업계의 한 임원은 보험 업계의 이 같은 상황을 '내우외환'이라는 말로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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