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1일 3개월여 만에 2,000선을 회복한 것은 14거래일 연속 강력한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 때문이다. 최근 두 달 동안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7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날도 외국인이 6,812억원 순매수하며 공격적인 베팅을 이어간 덕에 코스피지수는 9.79포인트(0.49%) 오른 2,003.85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기관은 3,196억원, 개인은 3,443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 5월31일 2,001.05를 기록한 후 103일 만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지난 2011년 8월 이후 지속돼온 1,800~2,050포인트의 박스권을 탈출할지에 쏠리고 있다. 지난 2년간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2,000선을 여섯 차례 돌파했지만 이후 안착에는 실패하고 번번이 뒤로 밀려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2,000선 돌파 이후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박스권 탈출에 무게중심을 두는 전문가들은 이번 코스피지수 상승에는 외국인 매수에 글로벌 경기회복 모멘텀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의 박스권 탈출과 이번을 비교하면 외국인 자금유입이라는 측면은 똑같지만 글로벌 경기회복 모멘텀이 추가됐다는 점에서는 다르다"며 "그동안 양적완화 축소와 경기회복이 팽팽하게 맞서오던 형국에서 경기회복으로 무게중심이 넘어가고 있어 올해 말까지 추가상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랠리가 이어질 때 보면 약 10조원 정도의 글로벌 자금이 들어왔었기 때문에 아직 3조~4조원 정도의 여력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이미 지난 두 달 동안 시장에 모두 반영됐기 때문에 더 이상 큰 이슈가 아니다"며 "이번에는 경기회복이 보다 긍정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한두 번의 조정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점진적인 레벨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박스권 돌파에 다소 조심스러운 쪽에서는 조만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된다는 점과 국내 기업들의 3ㆍ4분기 실적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위험요소로 꼽는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양적완화 이슈가 남아 있고 국내 기업들의 3ㆍ4분기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은 주식비중을 줄여 변동성에 대비해야 할 때"라며 "단기적으로 유동성 장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경기회복 모멘텀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미국이 시장에 풀어놓은 돈을 줄여나가는 과정에 있다"며 "코스피지수는 주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새로 주식시장에 들어가기 보다 차익실현을 하거나 간접투자 상품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단기적인 지수전망은 엇갈리지만 올해 말께 경기회복 모멘텀이 본격 작용할 것이라는 데는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특히 유럽과 중국의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 센터장은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좋아지면서 중국의 경기가 바닥을 치고 살아나고 있어 경기회복 모멘텀이 발효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올해 말쯤에는 증시를 짓누르던 양적완화 축소 이슈가 경기회복 이슈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센터장 역시 "전세계적으로 볼 때 일본ㆍ유럽 증시는 이미 많이 올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 저렴한 한국시장에 유동성이 쏠릴 것"이라며 "특히 글로벌 투자가들은 중국과 한국을 동일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늦어도 4ㆍ4분기 중에 중국의 경기회복 효과가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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