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은 최선의 적입니다. 수술에선 그 무엇도 완벽할 수 없습니다. 수술 후 80% 정상회복이라면 상당히 흡족하다고 봐야죠."(246페이지)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요점은 이렇다. 의사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실수를 한다는 것. 의사들의 실수 즉, 오진(誤診)은 진단 당시 의사의 감정 상태, 환자의 첫 인상, 병원의 업무량 등 수많은 요인들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성공적인 치료를 보장 받기 위해 의사들의 진단 기준이 되는 내외적 환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하버드 대학 의대 교수인 저자는 30년 동안 본인이 직접 체험하거나 보고 들은 의료계 현장을 글로 옮겼다. 메스를 들고 무표정한 얼굴로 수술에 임하는 로봇 같은 의사의 모습은 책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감정이 살아 숨쉬는 평범한 인간이 고민 끝에 진단을 내리는 장면이 담겨있다. 저자가 말하는 오진 사례 하나. 매일 술을 마시는 늙은 선원 환자가 피로감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아왔다. 몸에서 알코올 냄새를 펄펄 풍기는 사람이었기에 간이 부어있다는 사실은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종합병원의 의사들은 그에게 '알코올성 간견변증'이란 진단을 내리며 약을 처방했다. 하지만 그 선원은 유전 질환의 하나인 윌슨병 환자여서 간 질환이 발생했던 것. 매일 럼주 한 잔밖에 안 마셨다는 그의 진술을 대다수 의사들은 알코올 중독자들이 의례적인 술주정 정도로 치부하고 무시했기 때문에 그는 생명을 잃을 뻔했다. 많은 오진들이 이런 부정적인 선입견 이른바 '귀인 오류(attribution error)'에 의해 발생한다. 여기에 대표성 오류, 호감 효과 등 다양한 요인들이 의사들의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진단을 방해한다. 그래서 저자는 주장한다. "의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환자의 도움 없이 의사들은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의사와 환자의 건강한 파트너십을 위해 상호간의 이해가 필요하다." 의사들에게는 스스로 의식하지 못했던 진단의 사고과정을, 환자에게는 성공적인 치료를 위해 지녀야할 태도를 제시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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