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에 대내외 악재가 동시다발로 몰려오고 있다. 개별 악재도 문제지만 악재가 서로 맞물리면서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파괴력의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으로 확장돼 실물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최경환 경제팀의 위기관리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를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이겨내고 올해 3.1% 성장하려던 목표에는 이미 비상이 걸렸다. 이번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3%대 성장이냐, 2%대 중반 추락이냐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 경제 경착륙, 북한 문제가 혼재돼 나타나는 양상"이라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예전과는 달리 좀 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3%대 성장은 고사하고 2%대 중반도 어렵다는 얘기다.
현재 우리 경제에 닥친 악재는 사실 새로운 악재는 아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언젠가는 닥칠 눈앞에 보이는 예고된 악재였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가치 절하도 돌발사태지만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 이후 계속 제기됐던 문제다. 북한 문제 역시 더 이상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되지 못한다는 게 정설이다. 문제는 이들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미국이나 중국이 오랜 기간 취해왔던 전략의 방향을 바꾸면 우리가 비를 맞게 된다"며 "여기다 북한 문제까지 겹치며 상황이 오버슈팅되는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이들 악재가 수출과 내수 동반 침체로 기초체력이 고갈된 우리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경제는 심리인데 외부의 불확실성이 내부요인을 더욱 강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기 불황으로 수출이 올해 들어 7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데다 메르스 사태 등으로 위축된 소비심리는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다. 지난 2·4분기 평균소비성향(가처분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71.6%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지난해 2·4분기보다 1.7%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2·4분기 기준 최저치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기업 경영과 자금 사정도 나빠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4분기 628개 상장사(금융사 제외)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인 기업(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의 비중은 지난해 33.4%에서 34.9%로 상승했다. 외부 경영환경이 악화할 경우 부실 가능성이 큰 고위험 기업의 비중은 같은 기간 24.4%에서 25.3%로, 이들 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29.1%에서 34.6%로 늘었다.
이 때문에 경기불황으로 인한 만성적인 총수요 부족이 기업 도산과 금융기관 부실로 전염돼 실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정부 내부에서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외부의 충격으로 촉발됐던 과거의 경제위기와 달리 이번에는 내부에서 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와 달리 이번 위기는 내부의 위기와 동시에 진행되는 미증유의 사태"라며 "위기가 한꺼번에 몰려올 때 과연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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