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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지갑은 여전히 안채워져

GDP 성장률 7~8%대 고공행진이라는데… <br>2분기 GNI 증가율 GDP의 3분의1 그쳐<br>원유 등 가격 상승따른 교역조건 악화가 원인


정부는 7~8%대의 고공 행진을 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제시하면서 경기 회복론을 설파하는데, 정작 국민들의 지갑이 채워지는 속도를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호주머니 사정을 보여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GDP 성장률을 좀처럼 따라잡지 못하고, 소득 성장의 격차가 3분의 1토막에 불과하다. 때문일까. 국제 무대에서 수출 기업의 경쟁력은 선두를 다투고,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흑자를 올린다는데도, 국민들의 입에서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갔나"라는 말이 끊이지를 않는다. 한국은행이 3일 내놓은 '2ㆍ4분기 국민소득(잠정치)'통계를 보면 경제 규모의 성장이 가파르게 진행됨에도 정작 소득 증가율은 게걸음을 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2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동기보다는 7.2%, 전분기에 비해서는 1.4%의 높은 성장률을 구가했다. 반면에 국민들의 소득을 나타내는 GNI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5.4%, 전분기에 비해서는 고작 0.5%의 증가율에 그쳤다. 전분기와 비교할 때 GNI의 성장 속도가 턱없이 낮은 것으로, 전분기와 비교한 GNI의 증가율을 따지면 5분기만에 가장 낮다. 지난해 3분기 1.1%에서 4분기에 2.7%까지 쭉 올라가는 듯하더니, 올 1분기 0.9%로 쪼그라들고 이어 2분기에도 0.5%까지 처진 것이다. 원인은 역시 교역조건이 나빠진 탓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기름과 금속제품의 수입 가격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됐다. 우리나라 전체 상품 수입 가운데 원유와 천연가스는 20%를, 금속 제품은 12%를 차지한다. 두 부류가 차지하는 수입 비중이 3분의1에 이른다. 자료를 세부적으로 분석한 결과, 원유와 천연가스는 지난 2분기 중에 전년 동기보다 34.6%나 훌쩍 뛰었다. 두바이유 평균 가격이 지난해 59.1달러였던 것이 올해 77.9달러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18%, 1분기 6.9%였던 것이 이렇게 껑충 뛰어 올랐으니 남아 돌리 없다. 철강 등 금속제품의 수입 가격도 2분기 중에 전년 동기보다 13.8%의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4분기 -35.4%, 1분기 -20.8%에서 두자리수의 급등세로 반전했으니 물건을 팔아 남는 돈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성장의 달콤한 과실을 국민들이 맛보지 못한 채, 해외로 나가고 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내수와 수출의 성장률 괴리, 덧붙여 국민들의 소득을 좀처럼 많이 늘리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쉽사리 해소될 것같지 않다는데 있다. 한은의 설명에 따르면 3분기에는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의 패널 가격이 떨어지는 반면에 유가는 여전히 70달러대의 고공 행진을 하고 있어 교역조건만 놓고 보면 2분기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관료들과 전문가들이 늘상 강조하는 수출과 내수간의 균형성장,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등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지만, "수출 주도의 성장이 내수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김중수 한은 총재, 1일 국회 경제정책포럼)이란 말처럼 단시일내 해결될 것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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