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이 펼쳐지는 주식시장에서는 수많은 정보가 오가고 지수 곡선에 희비가 엇갈린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정글과도 같은 주식시장에서 고수로 불리는 이름난 여의도 증권맨들은 어디에, 어떻게 투자를 할까. 증권맨들은 신용거래, 미수 등이 불가능한 증권저축계좌를 통해서만 투자할 수 있고 투자 금액도 연봉의 절반 정도로 제한되는 등 투자상 제약이 많다. 또 소문 등에 근거한 무분별한 투자로 큰 소득을 올리지 못한 경우도 허다했다. 그러나 어디서나 고수는 있기 마련이다. 이들 증권가 고수들의 주머니 속 사정을 들여다 보았다. 어떤 분야에 종사하느냐에 따라 다소간 차이는 있었지만 이들은 나름의 원칙이 분명했다. 분명한 장 전망과 충분한 사전 지식, 치밀한 운용 전략에 기반한 중ㆍ장기 투자가 그것이다. ‘주식시장 예측의 귀재’로 명망 높은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부사장)의 포트폴리오는 직접 투자로 꾸며져 있다. 올 초 회사를 옮기면서 관련 펀드 등을 정리해 현재 펀드 투자는 하고 있지 않다. 중ㆍ장기 시장 상승세에 대한 확신이 있는데다 연봉의 절반까지 밖에 투자하지 못하는 특성상 중ㆍ장기 직접 투자에 치중하고 있다는 게 김 부사장의 답변이다. 그는 대신증권 시절이던 지난 2004년 4월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 100% 주식에 ‘올인’했던 경험이 있다. 퇴직금을 주식에 투자한다고 하자 주변에서 반대가 많았지만 시장에 대한 확신으로 모조리 주식에 투자했다. 그 후 3년. 당시 700선이던 지수는 올들어 2,000선까지 급등했고, 철저한 분석 하에 투자했던 종목들은 김 부사장에게 3배가 넘는 투자 실적을 올려줬다. 현재 그가 투자하고 있는 종목들도 모두 성장 가능성이 바탕이 된 실적주들이다. 저성장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수출주보다는 내수주가 많았다. 우량 건설주와 대대형 증권 3개사가 고루 포함돼 있었고 코스닥 종목 중에서도 한 액정표시장치(LCD) 업체가 눈에 띄었다. 김 부사장은 “기본적으로 회사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믿고 그에 기초해 종목을 고른다”고 말했다. 그밖에 “여윳돈으로는 몇몇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다”고 덧붙였다. 16년차 펀드매니저로 ‘펀드매니저 업계의 산 역사’격인 강신우 한국투신운용 부사장은 내규상 간접 투자로만 포트폴리오를 짰다. 삼성 그룹주에 강한 한국운용 특성답게 삼성그룹주 관련 펀드와 업체의 주력 상품으로 부각되고 있는 성장주 위주의 네비게이토 펀드 등 회사 상품에 고루 투자하고 있다. 강 부사장은 “빚을 내 부동산을 구입하는 게 주류인 까닭에 주식 투자를 하는 가구수는 생각보다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변동성이 큰 펀드에 가입해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것 보다는 꾸준한 수익을 올려주는 안정성 높은 펀드에 투자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의 포트폴리오는 고객들에게 권하는 전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주식ㆍ펀드 등에 50%, 부동산 30%, 현금 20% 씩 배분하는 게 기본적인 자산운용 구도다. 주식ㆍ펀드의 절반인 25%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 10%는 원자재 펀드에 투자하고 있었고 나머지 15%를 선진국ㆍ프리 이머징마켓ㆍ이머징마켓 펀드에 각 5%씩 넣어뒀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위험도가 높은 펀드 보다는 단기 수익률은 다소 낮아도 장기 안정적 성과가 돋보이는 가치 펀드 위주로 투자한다. 그는 “베트남, 중국, 인도에 각각 투자하는 것은 결국 한 시장에 넣는 것이나 다름없다”라며 리스크 관리 및 자산 배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이 없다면 직접 투자보다는 주식형 펀드를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이밖에 자신의 성향 및 자금 사용처에 따라 펀드를 골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급한 자금이 소요될 수 있는데 2~3년의 중장기 운용시 성과가 돋보이는 배당주 펀드에 투자했다면 별다른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환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전무는 현금은 주로 CMA에 넣어두고 있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으로 현금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만큼 비중 조율을 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어린 두 자녀를 위해 30년 뒤 환매를 목표로 각각 1,500만원씩 가치주 펀드에 자금을 넣어둔 것. 미성년자에 대한 상속 시 1,500만원까지는 비과세이기 때문에 상속 신고를 하고 투자했다. 이 경우 자금이 얼마로 불어나건 세금이 전무하고 명의신탁으로 오인 받을 가능성도 없다. 펀드 판매 경력만 10년 이상인 한 외국계 금융사의 A상무는 직접 투자와 수익증권에 상관없이 안전성을 기준으로 자산을 운용해 가고 있다. 단기 등락 가능성은 있지만 3~5년 불입시 은행 금리 이상의 꾸준한 성적을 낼 수 있는 글로벌 펀드와 국내 가치주 등 다소 안정적인 포트폴리오에 60% 가량을 투자한다. 다만 원칙을 지키는 투자습관 상 올들어 지수 상승폭이 컸던 국내 주식의 일부는 목표가 도달을 이유로 미련없이 현금화했다. 이밖에 금융 자산의 40% 정도는 유행 상품 등 현재 경향을 무시하지 않고 반영한다. 올들어 중국, 신흥마켓 펀드 등에 투자해 이미 상당량의 수익을 올렸다. 그는 “이제 투자는 투기가 아니라 생활”이라며 “잊어버리고 살 수 있는 ‘편안한’ 펀드 등에 자산의 상당량을 투자하면 은행 금리 이상의 성과가 보장되고 나머지는 유행 상품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6년째 증권사 PB로 활동중인 H증권의 B차장은 증권저축 정석 투자만으로 만만찮은 자금을 모은 케이스다. 올해 나이 39세인 그는 증권회사 경력 12년차로 6년간 증권 영업을 한 뒤 6년째 PB로 일하고 있다. 지난 12년간 모은 자산이 부동산 자산 5억원을 합해 총 10억여원이나 된다. 축적된 부가 더 큰 부를 부르는 효과가 작용했다. 직접 투자는 철저히 배당주 위주로 장기 투자한다. 투자 종목은 KTㆍKT&Gㆍ한국전력 등 세 종목이다. 바쁜 업무 중 일일이 살필 시간도 없고 그렇다 해도 이만한 성과를 줄 종목이 많지 않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배당 수익률로만 따져도 은행금리 이상인 우량주들”라며 “이 종목에서 벗어난 적도 없고 7년째 배당금은 철저히 재투자한다”고 말했다. 본봉 외의 성과급 등은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다. 또 기타 성과급, 연차수당 등으로 중국펀드, 친디아펀드, 리츠 등 총 7개 해외펀드에 거치식으로 분산 투자했다. 이와 함께 연간 750만원 불입 시 40%인 30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한 장기주택마련저축에 월 63만원 한도까지 불입한다. 이밖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항상 CMA에 3,000만원 가량을 넣어둔다고 B차장은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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