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저유가 추세에 따라 조선 업계의 해양플랜트 분야가 고사(槁死)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 조선 '빅3'가 각자 다른 생존 해법을 내세워 이목을 끌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관련 분야 축소를 예고한 반면 삼성중공업은 공격적 확대 전략에 나서기로 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18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올해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글로벌 1위 탈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경쟁업체들이 해양플랜트 수주 목표액을 줄이고 있는 것과 달리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한 발짝 앞선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게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의 복안이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액을 지난해와 같은 150억달러 이상으로 잡고 이중 해양플랜트에서 70억달러를 초과 수주해 '선박 대 해양플랜트' 비중을 5대5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저유가에 따라 해양플랜트 발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주요 업체들이 해양플랜트 비중을 앞다퉈 축소하는 것과 정반대의 움직임이다.
삼성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장기공급계약을 맺어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올해 후속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술력에도 경쟁력이 있어 안정적 수주를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로열더치셸이 호주 북서부 해상 브라우즈 가스전에서 진행하는 개발사업에서 2~3척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설비(FLNG)를 따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수주 실적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 회사는 최근 사무관리직 1,500명을 상대로 대대적인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그동안 따로 운영해왔던 플랜트사업본부와 해양사업본부를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조선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플랜트 사업 비중을 크게 축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이달 초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올해 수주목표액을 지난해보다 22% 줄어든 230억달러로 제시했는데 감소분 중 상당액이 해양플랜트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지난해 국내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수주목표액(145억달러)을 초과 달성하며 신바람을 냈지만 해양플랜트 수주는 전체 실적 대비 18%인 27억달러에 그쳤고 올해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경영전략을 세워 해양 분야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외국계 해양플랜트 전문 설계회사와 기술 제휴를 추진하는 등 기술개발에서는 '정중동'의 움직임을 이어갈 방침이다.
업체마다 경영전략은 다르지만 올해 해양플랜트 시장의 업황이 밝지 않다는 데는 대체로 전문가들의 시각이 일치한다. 조선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발주 물량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발주사들은 인도 시기를 미뤄가며 대금지급을 늦추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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