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코드, '영화적 상상력' 빈곤 원작의 매력 못살려 서필웅 기자 peterpig@sed.co.kr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관객은 이미 소설의 웬만한 내용은 꿰고 앉아 있고, 영화에는 ‘그 이상’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라는 매체만이 줄 수 있는 강렬한 서스펜스나 화려한 화면 등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결국 ‘기대 이하’라는 혹평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을 동원, 영화적 볼거리를 제공한 ‘쥬라기 공원’ 정도를 제외하면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해서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신성모독 논란 등 온갖 화제 끝에 지난 18일 사전 시사회 없이 전세계 동시 개봉된 ‘다빈치 코드’도 이 같은 전철을 밟을 듯 하다. 영화의 원작은 전세계적으로 4,300만 부 이상 팔린 초특급 베스트셀러. 1억3,000만 달러의 순제작비가 투입된 데다 론 하워드 감독, 톰행크스, 오드리 토투 주연 등 탄탄한 라인업까지 갖추고 있다. 게다가 영화 제작 단계부터 끊임없이 불거지는 종교적 논란 때문에 대중의 호기심까지 자극해 놓았으니 이 영화는 태생적으로 화제 작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처럼 엄청나게 높아진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영화적 장치가 없다는 점은 이 영화가 기본적으로 안고 있는 시스템적 한계다. 영화는 책의 내용을 큰 비약없이 충실하게 따랐으나 이렇게 영화적 재해석이 없는 시나리오는 책을 읽은 이에게는 지루함을, 책을 안 읽은 이에게는 난해함을 전해줄 뿐이다. 게다가 원작의 빠른 속도전개와는 걸맞지 않는 지나치게 긴 상영시간 덕분에 스릴러 특유의 압박감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감독도 영화에 명확한 방향성을 주지 못한 채 ‘지적인 가상역사추리’물과 ‘액션서스펜스’물이라는 두 가지 장르 안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영화는 루브르 박물관 등 소설 속 장소를 충실히 재현하는 등 볼거리를 만드는 데에도 노력하고 있지만 이 역시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에는 역부족. 이미 수많은 책과 TV화면 속에서 보아온 역사적 장소들은 관객들에게 ‘상상이상’의 새로운 경험을 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다빈치 코드’는 화제작 소설을 스크린 위로 올려 놓은 것 말고는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작품이 되고 말았다. 초특급베스트셀러 소설이라는 원작의 지위에 너무 억눌려 원작이 가졌던 특유의 매력인 ‘기존 질서에 대한 도발’의 느낌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소설이 가지고 있었던 강렬한 도전의식을 상실한 것이 이 영화의 패착이다. 오히려 원작을 더 많이 해체하고 더 많은 변형을 가해 화제가 됐던 소설과 그 소재에 대해 좀 더 대담한 도전을 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 개봉 첫날 전국관객 23만명 동원 영화 '다빈치 코드'가 개봉 첫날인 18일 하루동안 전국 관객 23만8,599명(서울 8만205명)을 동원했다고 배급사인 소니픽처스릴리징코리아가 19일 밝혔다. 이는 흥행 몰이중인 '미션 임파서블3'의 개봉 첫날 관객 14만 명을 크게 능가하는 기록이다. 한편 미 할리우드에서도 '다빈치 코드'는 상영 첫날 2,90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이는 올해 미국 내에서 개봉된 영화가운데 최고의 성적이다. 입력시간 : 2006/05/21 16:14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