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서 가장 많은 키코(KIKO) 상품을 팔아 한국 기업에 6,615억원의 최대 피해금액을 초래한 장본인이다. 키코로 손실을 입은 중소기업 숫자는 594곳으로 이 중 한국씨티 피해기업은 전체의 약 20%(112곳)에 달한다.
한국씨티는 지난 2005년 국내에서 가장 처음으로 키코 상품을 들여와 판매했다. 한국 중소기업에 '키코 지옥'을 선물한 셈이다. 한국 중소기업 등을 상대로 장사를 해 막대한 이익을 취해온 한국씨티는 그러나 지금까지 '중소기업 상생'이라는 사회적 책임은 철저히 외면해 중소업계는 물론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씨티는 2008년 키코 사태가 불거질 당시에도 '불완전 판매'의 책임을 외면하는 반(反)중소기업 행태를 보였다. 당시 국내 시중은행들은 키코 피해기업들의 재기를 위해 손실금 상환을 1년반에서 2년가량 유예해줬다. 또 이자납부도 1년 유예 후 분할상환 등 적극적으로 워크아웃을 지원해줬다.
이에 반해 한국씨티는 모기업인 씨티그룹의 반대로 피해기업들에 100% 대환대출을 요구했다. 대환대출의 경우 피해기업들이 손실금만큼의 빚을 또 은행에 져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업체들의 반발이 심했다. 결국 대부분의 피해기업들이 소송을 택했다.
이와 관련해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당시 미국 씨티그룹이 키코 피해기업들의 재기를 돕기보다는 그들을 빨리 정리해야 할 부실채권으로 인식하는 것 같았다"며 "불완전 판매에 대한 책임은 외면한 채 채권 회수에만 열을 올리는 씨티은행의 모습에 국내 시중은행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이런 한국씨티는 소송 과정에서도 또 한번 한국 중소기업을 울렸다. 한국씨티는 자본력을 앞세워 김앤장과 광장 등 대형 로펌에 고액의 수임료를 주고 재판을 맡겼다. 일부 패소하고도 강제집행 정지를 통해 피해 중소기업에 배상금을 한 푼도 안 준 것은 물론이다. 반면 키코 사태로 이미 부도위기에 처한 중소기업들은 소송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없어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씨티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던 업체 수는 83곳이었지만 현재는 3분의1 이상이 줄어든 54곳에 불과하다.
현재 한국씨티를 상대로 키코 옵션계약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 및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54곳으로 1심 2곳, 2심 51곳, 3심 1곳이다. 고등법원에서 2심이 진행 중인 51곳 가운데 16곳은 지난해 하반기 1심에서 '일부 인용' 판결이 났던 곳이다.
일부 패소에 따라 당시 한국씨티가 충당부채로 계상한 금액은 100억6,000만여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국씨티는 고등법원에 항소해 장기 소송전에 돌입했다. 한 피해기업은 "소송을 장기적으로 질질 끌면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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