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1호 공약이었던 국민행복기금이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29일 출범했다. 하지만 국민행복기금이 모두가 환영하는 '꽃놀이 패'는 아니다. 오히려 시장에서는 수혜자들의 환호 못지않게 후폭풍이 상당하다.
당장 금융권에서는 국민행복기금발 구조조정 공포가 가시화되고 있다. 행복기금은 6개월 이상 연체한 장기 채무자들의 채권을 정부가 사들여 최대 50%까지 빚을 탕감해주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 금융사 입장에서는 정부에 연체채권을 매각하는 만큼 대출자산이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상 채권 회수가 불가능한 일부 악성채권을 털어버리는 순기능도 있지만 수익률 감소에 대한 우려감이 더 크다는 뜻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기금 출범을 전후로 수익률 감소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기금에 연체채권의 상당수가 넘어가는 카드사나 캐피털ㆍ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까지 논의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신용정보업계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포함한 비상경영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생존에 대한 걱정까지 하고 있다.
◇먹거리 급감…구조조정 카드 만지작=기금 출범에 따라 2금융권에서는 순익 감소가 폭탄 수준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들은 최근 수년간 신규 먹거리 확보를 위해 소액 신용대출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A저축은행 관계자는 "연체채권의 30% 이상이 기금 대상에 포함되는데다 출범을 전후로 신규 연체율도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해 순이익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번에 (기금이 출범하며) 연체채권을 매각할 경우 추가 충당금만 수십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들은 캠코가 매입분에 대해 충당금을 추가로 반영하지 않을 경우 차액만큼을 고스란히 손실로 떠안아야 한다. 현재 예상되는 캠코의 채권 매입률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연체채권이 일시에 줄어들면 채권추심을 담당하는 여신관리 인력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한 대형 캐피털사의 관계자는 "기금에 채권 매각이 완료되는 시점을 전후로 추심팀 인력의 20~30%를 우선 감축하기로 했다"며 "분위기에 따라 추가 감축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채권추심을 전문으로 하는 신용정보회사들의 심경은 더 복잡하다. 여타 신용정보회사보다 다소 '우량한' 연체채권을 보유 중인 금융지주계 신용정보사들은 보유 중인 연체채권의 대부분이 기금에 편입될 예정이다. 당장 일감이 일시에 사라진다. 기금이 본격 가동되면 추후 캠코가 신용정보회사들에 채권추심 업무를 위탁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 역시 기존의 매출 수준을 담보해준다는 보장이 없다. B신용정보회사의 관계자는 "정부가 연체채권 매입률이나 채권추심 업무 위탁 등 구체 조건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현 상황대로라면 당장 직원들 월급조차 줄 수 없어 폐업을 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일방 통행식 사업 추진…쌓이는 불안감=정부 일정에만 꿰맞추기 위해 일방통행으로 이뤄지고 있는 사업 추진 방식에도 불만이 많다. 실제 정부는 기금 출범을 열흘도 채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협약대상 금융회사에 공문을 돌리며 협약에 동참하라고 압박했다. 이어 이틀여 만에 4,000곳의 금융기관으로부터 사인을 받아냈다. 금융계의 한 관계는 "정부가 서두르는 통에 내부 검토조차 제대로 거치지 못하고 협약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캠코가 4월12일까지 협약 금융회사에 기금에서 제외되는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 연체채권 정보도 모두 기금 전산에 등록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기금에 포함되지 않는 연체자들을 대상으로 '국민행복기금을 사전에 홍보하고 일부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워크아웃제도 이용을 권장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의 불만은 격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와 충분한 공감대 형성 없이 사실상 민간 금융회사의 자산에 정부가 무차별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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