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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확산되는 CD담합 조사] 식물금리 누가 만들었나

■ 식물금리 누가 만들었나<br>CD금리 왜곡현상 심화에 지난해 말 TF 구성 불구 8개월간 한번밖에 안만나<br>구조적 문제해결 소홀… 당국 책임론도 거세져

주재성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18일 공정위의 CD금리 관련 담합 조사에 대해 긴급 브리핑을 갖고 "금감원과 사전 상의가 없었다"며 에둘러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식물금리'로 전락한 양도성예금증서(CD)에 대한 담합 조사에 들어가면서 과연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물음이 뒤따르고 있다.

CD가 지표금리로서의 기능을 본격적으로 상실한 것은 지난해다.

지난 2009년 말 100조원에 달하던 CD발행잔액은 지난해부터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올 6월 말 현재는 27조원으로 급감했다. 2010년까지 매달 9조~10조원씩 거래됐던 CD는 현재 2조원에 불과하다. 자연스럽게 CD금리는 시장의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 금융감독 당국과 한국은행은 시중은행 자금담당자와 CD금리를 대체할 지표를 찾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지난해 11월 첫 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의견차이가 커 그 뒤로는 공식 TF회의는 열지 않았다. CD금리 식물화는 더 빠르게 진전되고 있었음에도 당국에서는 "대체금리를 찾기 힘들다"면서 사실상 방치하고 있었던 셈이다.

◇CD대체금리 논의 TF "8개월 동안 한 차례만 열려"=CD금리 담합 여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시작되자 금융감독 당국은 이번주 금융감독원ㆍ금융투자협회ㆍ은행연합회 실무진과 만나 시장의 의견을 수렴한 뒤 대체금리에 대한 최종 방안을 정하기로 했다. 사건이 터지자 부랴부랴 대안 마련에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CD금리를 대체할 기준금리를 찾기 위한 TF가 구성된 것은 지난해 말이다. 11월에는 첫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시중은행의 자금담당 부장은 "첫 회의에서 의견들을 들었는데 서로 제시한 대안금리를 놓고 입장 차이가 컸다"며 "한 차례 회의 이후 그것으로 끝이었다"고 말했다. CD금리의 왜곡현상은 심화되고 있었지만 대체금리를 찾는데 활발한 움직임은 없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 당국에서도 아직 CD를 대체할 금리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하지 못했다.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도 "코픽스ㆍ코리보ㆍ은행채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시장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결정할 사안인데 어떤 것이 가장 유용한지에 대해서는 토론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당국에서도 구체 방안을 찾지 못한 것을 실토한 셈이다.

CD금리가 사실상 식물화된 데는 당국뿐만 아니라 은행ㆍ증권도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CD를 발행하는 은행과 이를 거래하는 증권사 역시 왜곡되는 CD금리를 그저 바라만 봤다. 금리가 왜곡되더라도 금융회사에는 별다른 손해가 가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유통활성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예금이 충분히 들어오는 상황에서 CD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CD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것을 감안할 때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확산되는 당국 책임론=그렇다 보니 당국의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CD금리가 식물화됐고 꾸준히 금리 담합 의혹마저 제기됐는데 이를 방치해뒀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안 찾기에만 주력했을 뿐 CD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소홀했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642조7,000억원으로 이 중 49.1%가 시장금리 연동 대출로 대부분 CD 금리 기준이다. 대출의 절반가량이 CD 금리에 좌우되는데 거래량 부족으로 죽어가는 CD 시장을 살리거나 담합 의혹 등을 조사해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금감원은 CD금리 연동대출을 줄이라고 은행권에 권고하면서도 변동금리 기준별 대출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CD 금리와 코픽스 연동대출 데이터는 지난해 9월 조사한 게 최신 수치다. 코리보 연동 대출 데이터는 아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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