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올해 사상 최대의 투자와 채용을 확정한 것은 미래 신수종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해 미래 10년을 한발 앞서 준비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를 통해 정보기술(IT)ㆍ중공업ㆍ화학 등 과거 산업 형태에서 벗어나 스마트 등 융합으로 대변되는 미래 산업구조를 그려 '제2 창사'를 위한 기틀을 완성해나가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지난 2009년 기준으로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연구개발(R&D) 투자규모가 전자ㆍ장비업체 가운데 글로벌 1위인 점을 감안해볼 때 올해 투자금액은 초대형 글로벌 기업 못지않은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주력ㆍ신사업 동반 강화, M&A도 적극 나선다=투자액 43조1,000억원 가운데 시설에는 29조9,000억원, R&D에는 12조1,000억원이 계획됐다. 핵심은 주력 및 신사업에 고루 투자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우선 시설투자를 보면 반도체 10조3,000억원, LCD 5조4,000억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5조4,000억원, LED 7,000억원, TV 8,000억원 등이다. 주력 분야인 반도체와 LCD는 지난해 각각 12조원, 4조원 정도를 시설투자에 사용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전년도 수준에 버금가는 투자를 단행해 주력 분야에서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계획이다. 주목할 점은 LED와 OLED 등 미래 신사업에 대한 투자금액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LED는 지난해 5,000억원이 시설투자에 사용됐다. 하지만 올해는 7,000억원으로 무려 40%가량 확대됐다. OLED도 1조4,000억원에서 올해 5조4,000억원으로 약 4배가량 늘었다. 미래 분야 가운데 하나인 LED와 OLED의 경우 올해 대규모 투자를 암시하고 있다. 스마트TV 등 글로벌 TV 1등을 계속 지키기 위해 TV 부문에 8,000억원의 시설투자를 집행한다. R&D에는 총 12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이는 지난해의 10조6,000억원보다 14% 늘어난 수치다. 12조1,000억원 가운데 70~80%가량을 미래 먹을거리 발굴에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설과 R&D 투자 외에도 삼성이 올해 1조1,000억원의 자본투자를 계획한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자본투자가 증가했다는 것은 M&A를 늘리겠다는 것을 의미해서다. 업계는 신사업 등 미래 사업에서 삼성이 올해 적극적 M&A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올해 채용규모를 지난해보다 11% 늘린 2만5,000명으로 확정해 인재 확보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창립 73주년, 제2의 창사 시동 건다=세계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삼성이 이 같은 투자와 채용 계획을 내놓은 데는 삼성의 새로운 모습을 그려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실제로 삼성은 2009년 기준 그룹 전체 매출이 220조원이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불균형이 심하다. 제조업의 경우 삼성전자가 89조원(본사 기준)으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30조원을 넘어선 게 삼성중공업과 삼성물산 정도다. 9조원대에 에스엘시디가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나머지는 3조~5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아울러 신사업 매출 비중은 극히 미미한 상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과제는 전자 위주에서 탈피하고 신사업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사업 강화 등을 통해 현재에서 벗어난 다른 삼성의 모습을 그릴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이 새해 시작과 동시에 올해 대규모 투자와 고용을 확정한 데는 이 같은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올해가 삼성그룹 창립 73주년이 되는 해"라며 "올해는 제2창사를 위한 삼성의 새로운 변화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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