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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무능이 경제위기 키운다(초점)
입력1997-10-01 00:00:00
수정
1997.10.01 00:00:00
최창환 기자
◎기아사태등 편법대처 금융불안 자초/정책집행 무원칙… 대외신뢰도 추락기아사태에 따른 국가경제적위기가 증폭되면서 정부의 무능력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7월15일 기아가 부도유예협약 적용을 받은 뒤 두달이 지났음에도 불구, 외환위기가 지속되고 증시폭락이 가중되고 있다. 이같은 금융위기 상황의 주요인은 정부의 위기관리능력 부족에 따른 것이며 또 정부가 고유 기능을 포기하고 편법으로 사태에 대처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기아처리 방향과 관련,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겉으로는 「기아문제는 채권은행단과 기아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추상적 원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채권은행단의 입장을 지지하는 형식으로 김선홍회장의 퇴진을 요구했고 지금은 법정관리를 유도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은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개입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 강경식부총리가 당사자 자율해결이란 시장논리를 고집스럽게 내세우는 바람에 문제가 꼬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재경원은 한은법개정 파동때 스스로 밝혔듯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금융감독당국이다. 때문에 10조원이 넘는 부실채권으로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심각하게 훼손될 위기에 처한 기아사태를 맞아 사태수습과 함께 그에 따른 금융기관의 도산예방, 예금자보호 등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제시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가지고 있다. 시장경제가 자리잡은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도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정부가 나서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설픈 시장원리를 내세우며 불개입원칙만 고수하며 손을 놓은 결과가 됐다는 것이다.
재경원은 ▲제일은행의 국책은행화 ▲종금사 등에 대한 한은특융 ▲금융기관 대외채무에 대한 정부지급보증 등을 골자로 한 「8·25 금융시장안정 및 대외신인도 제고대책」 등을 통해 감독당국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 홍콩 IMF연차총회에서 강부총리가 이같은 특단의 대책을 확약했음에도 외국금융기관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정부의 지급보증 약속에도 불구하고 한국금융기관과 기업들에 대한 여신공여한도를 축소하고 이자율도 터무니없이 높이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외국금융기관들은 금융기관 부실에 대한 정부의 대처방안이 무원칙하다고 지적한다는 것. 강부총리가 금융기관의 모든 대외채무를 보증하겠다고 약속하자 외국금융기관들은 법적 구속력도 없는 일방적 선언으로 어떻게 한국정부가 모든 것을 보증할 수 있느냐고 의혹을 떨치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이를 줄이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 등을 정확히 계산해 금융산업 합리화방안 등 근본대책을 마련하는 냉철함은 없이 「각서를 내면 다 유동성지원 형태의 한은특융을 한다」는 식의 원칙없는 정책을 발표하고 있어 신뢰를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아사태 초기엔 별 우려를 표명치 않은 외국금융기관들이 날이 갈수록 조바심을 내는 이유다.
물론 정부만의 책임은 아니라는 항변도 정당성이 있다. 기아사태 초기부터 불거져 나온 음모설 등으로 정부의 운신이 힘들었던 측면이 많다. 국가경제 전체로 봤을 때 장기적으로 3자인수를 통한 기아자동차의 정상화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정확한 판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도 자금시장에서는 특정재벌 기업의 생사여부는 정부에 달려 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따라서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정부의 역할이 긴요한 우리 경제 여건상 정부의 자의성에 대해 의혹의 눈길이 사라지지 않은 현실도 아울러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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