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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도미노 대비를(사설)

이집트주재 북한대사 장승길씨 일가가 제3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알려져 또 다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장대사 일가의 망명에는 부인을 포함, 장대사의 형인 파리주재 북한대표부 참사관겸 무역대표부 대표 장승호씨 일가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의 여느 망명사건과는 다른 양상이다. 현직 대사의 망명도 처음인데다 형 일가까지 한꺼번에 감행된 엑소더스여서 앞으로의 북한측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장대사의 망명 동기나 현재 상황에 관해서는 자세히 밝혀진바 없다. 확실한 것은 장대사가 임지인 카이로를 벗어나 있다는 것과, 때를 같이해 형인 장참사관도 파리에서 일가족과 함께 행방을 감추었다는 것 뿐이다. 그러나 우리정부는 장대사 일가가 제3국에 망명을 요청, 이미 신변이 안전한 상태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쏟아야 할 부분은 사태의 추이다. 장대사 일가는 북한의 엘리트 계층이다. 황장엽 노동당 국제담당비서와 마찬가지로 김정일의 절대적인 신임이 없는 한 해외여행도 자유로울 수 없으며 외교관이라 하더라도 가족동반이 어렵다. 장대사는 북한의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을 역임, 형제가 다 외국에 나와 있었다. 이들은 특히 북한의 국내외 정세에 밝은 외교관이라는 점에서 북한에 미치는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은 북한정권 창립기념일인 오는 9월9일에 주석직 취임을 앞두고 있다. 김정일은 서방에 대한 유화 제스처의 하나로 신포지구 경수로 착공을 용인했으며 식량난 해결을 위해 북한의 전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올 들어 황장엽비서에 이어 장대사 일가의 망명은 북한의 대외적인 위신에 치명타를 안겨 준 셈이다. 군부와 함께 북한을 받쳐주고 있는 테크노크라트라는 한 축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96년 1월 잠비아 주재 북한주재 3등서기관으로 근무하다 망명한 현성일씨는 『북한의 미래에 대해 갈등을 느꼈다』고 털어 놓았다. 북한이 아래 위로 붕괴되고 있다는 징조다. 공교롭게도 25일 북한군 하사1명이 서해상을 통해 귀순해 왔다. 올 들어 탈북사태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도 대량 탈북사태를 상정,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중이다. 그러나 외교관의 엑소더스에 관해서는 대처가 미흡하다. 장대사의 망명은 시기적으로 한반도 4자회담을 포함, 대북경수로 사업 등 복잡한 시점에서 일어났다.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 놓을 가능성이 크다. 성혜림씨 사건처럼 처리돼서는 안된다. 망명 도미노에 대한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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