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ㆍ4분기에 ‘4년 만의 최악’이라는 우울한 성적표를 내놓았지만 시장에선 이미 바닥을 다졌다는 기대감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D램ㆍ낸드플래시 등 실적악화의 주인공인 메모리반도체의 가격이 2ㆍ4분기 말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서 삼성전자의 실적호전을 이끌어낼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이명진 삼성전자 IR팀 상무는 “어느 시점이 바닥이냐는 질문에 정확하게 답을 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시각(시장의 흐름)으로 볼 때는 1ㆍ4분기가 바닥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주력제품 공급과잉이 문제=메모리반도체ㆍLCD 등 주력제품의 이익악화 원인은 무엇보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기 때문. D램과 낸드플래시는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경쟁 업체들의 공급물량 확대에 따라 각각 가격이 50%, 35% 하락했다. 또 LCD는 업계의 재고조정이 지속되며 판가가 전 분기 대비 10%나 떨어졌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수요예측이 빗나갔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부풀려진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비스타 효과에다 메모리 고용량화에 따른 지나친 기대 등으로 삼성전자 자체 생산량이 늘어나며 시장의 공급과잉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이 상무는 이에 대해 “낸드플래시의 경우 2ㆍ4GB(기가바이트)가 6ㆍ8GB로 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폭발적인 증가세는 없었다”며 “윈도비스타가 보급되며 1GB에서 2GB로 D램의 용량이 대폭 늘 것으로 봤지만 예상보다 판매는 저조했다”고 말했다.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며 선전한 정보통신은 중저가폰 시장 확대로 외형 확대에는 성공했지만 이익률도 합격점을 받기에는 아직 미진하다. 이익개선의 80%가 중저가폰 판매확대에 따른 마케팅 비용 감소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1ㆍ4분기 휴대폰 판매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저가폰 비중이 높은 아시아 시장의 판매비중이 전 분기 29%에서 34%로 껑충 뛴 반면 프리미엄폰 비중이 높은 유럽 시장은 36%에서 29%로 줄었다. ◇2ㆍ4분기부터 회복국면 진입 기대=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실적이 1ㆍ4분기 바닥을 확인하기 시작해 2ㆍ4분기부터 회복국면에 들어가 하반기에는 예년 수준 이상의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악화의 주요인인 낸드플래시의 재고가 2월 모두 소진됐고 출하량도 늘고 있다”며 “메모리반도체가 1ㆍ4분기 바닥을 찍는 만큼 하반기에는 기대를 해도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2ㆍ4분기 들어서며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실제 4월 이후 8Gb(기가비트) 낸드플래시의 경우 5달러에서 9달러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상무는 “D램의 경우 추가적인 가격하락이 예상되긴 하지만 노트북 중심으로 2GB 채용이 늘어나고 낸드는 하반기 공급부족을 예상한 선취매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D램과 낸드 모두 성수기에 진입하며 지난해에 비해 100~120%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LCD는 2ㆍ4분기에 1ㆍ4분기보다 가격은 5~10% 하락하겠지만 대형 패널 물량이 16%가량 증가하며 본격적인 회복세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통신은 신규 모델 출시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며 이익률이 소폭 감소하겠지만 프리미엄폰과 중저가폰의 안정적인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연간 판매목표인 1억3,300만대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는 계속된다=삼성전자는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투자계획을 변경하거나 축소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상무는 “투자축소 계획이 없다”고 못박으며 “오는 2008년 기업 PC의 교체 수요, 애플의 아이폰 등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이 메모리반도체의 수요를 창출할 것인 만큼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투자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상무는 현재 건설 중인 미국 오스틴 공장의 2라인에서 낸드플래시를 생산해 아이폰 등 북미 시장의 낸드플래시 수요에 대응할 계획을 밝혔다. 또 LCD 8세대 라인에 있어서도 투자를 계속해 당초 10월로 예정된 양산시기를 7~8월로 앞당겨 TV용 LCD 패널의 원가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투자할 8조1,000억원 가운데 1ㆍ4분기에 2조7,200억원을 집행했다. 반도체-매출 17%·영업익 무려68% 하락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실적부진은 시장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도체 부문은 1ㆍ4분기 매출이 지난해 4ㆍ4분기보다 17% 감소한 4조4,800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68%나 줄어든 5,4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하락한 것은 계절적 영향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 하더라도 영업이익의 대규모 감소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실제 1ㆍ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2%에 그쳐 삼성전자가 실적발표에서 반도체와 LCD 부문을 분리한 지난 2004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에서 4분의3 정도인 72.6%를 차지했던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올 1ㆍ4분기에 45.8%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의 높은 수익성을 견인해왔던 반도체 부문이 올해 들어서는 위력을 크게 상실한 것이다. 이는 메모리 부문의 계절적 수요감소와 제조업체의 공급물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 가격하락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낸드플래시의 경우 1ㆍ4분기에 가격이 50% 가까이 급락해 실적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정보통신-영업익 72% 증가"최지성 효과" "'최지성 효과'가 빛을 발했다." 올초 사령탑을 교체한 정보통신 부문은 올 1ㆍ4분기에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 감소한 4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72% 증가한 6,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신흥시장 판매비중이 증가하면서 평균판매가가 지난해 4ㆍ4분기보다 소폭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이 전 분기 대비 5.5%포인트나 증가한 13%에 달해 업계의 부러움을 샀다. 시장 전문가들은 "1ㆍ4분기는 전통적으로 휴대폰 비수기인데다가 일부 경쟁 업체가 역성장과 이익률 급락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실적"이라며 "마케팅 전문가인 최 사장이 투입된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휴대폰 판매량은 '울트라에디션'등 프리미엄 제품들의 안정적인 판매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나 증가한 3,480만대를 기록해 분기 최다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삼성전자는 "2ㆍ4분기부터는 울트라에디션Ⅱ, 울트라 뮤직, HSDPA 폰 등 프리미엄 제품과 신흥시장에 맞는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며 "지금 추세라면 당초 연간 판매목표 물량인 1억3,300만대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생활가전-에어컨 호조로 실적 크게 개선 생활가전 부문은 1ㆍ4분기 에어컨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놀라운 대변신을 보였다. 매출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13% 증가한 7,700억원을 기록했으며 적자규모도 지난해 1분기의 200억의 100분의1 수준인 2억원 적자를 기록해 크게 개선됐다. 이명진 삼성전자 IR팀 그룹장은 "해외법인 연결기준으로는 9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정상궤도에 올랐다"며 "특히 에어컨의 경우 올해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3%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생활가전 부문의 선전은 윤종용 부회장을 '긴급 소방수'로 기용한 효과가 톡톡히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올초 조직개편에서 총괄단위에서 사업부 단위로 축소됐고, 윤 부회장 직속 체제로 전환됐다. 윤 부회장은 올초 이건희 회장의 '생활가전 사업 구조조정'발언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과 원가절감을 실시해 '생활가전 부활'의 계기를 마련했다. 한편 디지털미디어 부문은 TV업계의 생존을 건 '전쟁'속에서도 지난해 4ㆍ4분기 보다 매출은 8% 증가한 1조5,500억원, 영업적자는 1,145억원 줄어든 355억원 적자를 기록해 '선방'했다는 평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