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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약하게 살아나던 경기 꺾일 판… 내수·투자 종합대책 세워야

■KDI 성장 전망 3.7%로

세월호 여파 소비증가율 3.7→2.7%로 대폭 하향

교역조건 악화·원고에 경상수지 전망도 먹구름

현행 금리유지·규제 완화 등 대응책 마련 필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7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사실상 하향 조정(3.9%→3.7%)한 것은 국내 경기가 갈림길에 서 있음을 암시한다. 정책당국이 잠시라도 판단을 잘못하면 미약하게나마 이어져온 경기 개선세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안으로는 골골거리며 깊은 속병을 앓는 형편이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부 관계자들도 전반적인 경기지표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으니 섣불리 경기부양책을 내놓기는 애매하고 그렇다고 가만히 두자니 상황이 뚜렷하게 개선될지도 불투명하다며 고민 중이다. 실제로 올해 경제도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 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KDI의 판단이다.

KDI의 진단에서도 이 같은 딜레마가 고스란히 엿보인다. 이날 KDI의 경제전망자료는 "우리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문구로 첫머리를 열었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우울한 분석들이 줄을 잇는다. KDI는 민간소비에 대해서는 '부진', 건설투자에 대해서는 '증가세 축소'라는 딱지를 붙였다. 개선된 모습을 보였던 설비투자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기저효과에 기인'한다고 해석했다. 설비투자가 나아진 듯하지만 실제로는 통계적 착시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이날 KDI는 올해의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가율을 각각 기존 전망치인 8.4%와 2.9%보다 낮은 8.0%와 2.8%로 조정했다.

특히 소비부진은 우리 경제를 단기적으로 변곡점으로 몰아가고 있다. 가뜩이나 미약했던 내수개선 흐름이 지난 4월 중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여파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흔들렸다. KDI가 당초 3.7%로 내다봤던 올해의 민간소비 증가율을 이번 발표에서 2.7%로 대폭 낮춘 배경에는 세월호를 고려한 점도 적지 않다. 물론 정부는 최근 세월호 여파에 대응해 경기보완책을 일부 내놓았다. 그러나 그 지원 범위가 제약돼 있어 시장에서 눈에 띄는 효과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세월호 여파를 어느 정도 극복한다고 해서 소비가 회복되리란 보장도 없다. 조동철 KDI 거시경제팀장은 "전체적으로 민간소비가 회복되지 않은 것은 구조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세월호뿐 아니라 가계의 소비를 짓누르는 사교육비, 가계부채, 집값 회복 부진, 고용불안, 인구 고령화와 같은 보다 심층적인 요인들을 풀어내야 내수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교역 전망은 시점별로 희비가 엇갈린다. KDI는 올해의 경상수지에 대해서는 지난해와 비슷한 781억달러 흑자를 전망했지만 내년에는 교역요건 악화와 원화 강세 효과를 이유로 흑자 규모가 650억달러 내외로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그나마 대외여건상 리스크가 하반기에는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기획재정부의 '최근 경제동향(일명 그린북)' 5월호 분석 내용을 보면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은 여전하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리스크 요인으로 상존해 있는 가운데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상반기 마감을 앞두고 경제정책의 전반적인 재조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거시와 미시를 아울러 보다 폭넓고 강도 높은 경기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미약하게 회복되다가 주춤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한 만큼 소비와 투자를 함께 살리기 위한 정책카드가 검토될 필요가 있다"며 "가계부채·고용·부동산 등을 모두 포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KDI는 이날 경제전망에서 소폭의 재정적자 용인, 현행 금리 유지 등의 정책 대응을 주문했다. 다만 내수와 투자부진은 이처럼 돈을 푸는 거시정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보다 정밀한 미시정책이 함께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하고 가계의 소비 여력을 갉아먹는 과도한 교육비 지출, 부족한 노후생계대책 등의 고민을 풀어주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의 한 간부는 "다음달 마련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어느 정도의 경기보완책을 담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자칫 경기 회복세가 꺾이지 않도록 선제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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