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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똑똑한 정치인, 엉망인 정치판
입력1999-08-26 00:00:00
수정
1999.08.26 00:00:00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왜 저 모양인지 궁금해 국회의원들의 약력이 소개된 국회수첩을 뒤져봤다. 웬걸. 개개인으로 놓고 볼때 대한민국 국회처럼 화려한 경력과 나름대로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로만 모아놓기 쉽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고 똑똑한 의원들로 가득했다. 국회의원이 되려면 최소한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나야 한다는 말이 실감난다.자세히 들여다보자.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지역구 253명과 전국구 46명 등 총 299명. 이중 최고의 명문대라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국회의원만 117명에 이른다. 명예박사학위를 빼고 정식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의원도 56명이나 된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 의원들이 무식하다는 얘기는 말도 안된다.
사법고시·행정고시 등 고시에 합격한 의원도 박사학위 소지자와 같은 56명. 법을 만드는 국회답게 판검사출신 의원이 37명이나 되니 최소한 법률에 대해서는 빠꼼한 사람들이 충분하다. 의원 8명중 한명꼴로 법률가가 자리잡고 있으니 법을 제대로 몰라 잘못을 저지를리도 없다.
의원들이 경륜이 부족하다고? 천만의 말씀. 대한민국 국회에는 장관을 지낸 사람만 43명에 이른다. 물론 정무장관출신도 여럿 있지만 경제부총리, 통일부총리를 비롯해 노동·보건복지·건설교통·문교·국방·법무장관 등 전 부처의 장관출신들이 가득하다. 그뿐인가. 과거 독재정권시절 반독재투쟁에 몸을 바쳤던 재야운동가출신, 노동·농민운동가, 교육사업가 등등 사회 각 분야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아온 의원들로 꽉 차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똑똑한 인물들을 「선량(善良)」으로 뽑았다고 자부할 만하다.
그런데 이처럼 똑똑한 의원들이 모인 국회는 영 시원찮다. 불법행위 혐의자의 구속을 막기 위해 1년내내 일도 안하면서 국회만 소집해놓는가 하면 난다긴다 하는 의원들이 4명의 아줌마가 「성경」을 들먹거리며 천연덕스럽게 늘어놓는 거짓말 하나 딱 부러지게 가려내지 못한다. 똑똑한 사람들을 여러 명 모아놓았을때 나타나야 할 「시너지」효과는 사라지고 똑똑한 사람들이 엉망이 되어버리는 「역(逆)시너지」효과가 커지는게 대한민국 국회인 모양이다.
똑똑한 정치인들이 모인 정치판이 엉망이라면 정치제도, 정당지배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재벌총수의 황제경영이 문제이듯 정치오야붕의 전횡이 구시대적 정치판을 만들고 있다. 의원 개개인의 역량에 관계없이 「당론(黨論)」에 얽매일 수 밖에 없는 정당지배구조때문에 제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금배지만 달면 사람이 달라지고 있다.
이런 정치판에서 「젊은 피」를 수혈하고 신당을 창당해봤자 기대할 만한게 있을까. 얼굴만 바뀌고 「젊은 피」만 「혼탁한 피」로 얼룩질게 뻔하다. 기업지배구조 개선보다 더 시급한 것은 정당지배구조 개선이다.
李世正 산업부 차장BOB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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