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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미국 뉴저지주 법원은 프레드릭 흄스턴이라는 시민이 관절염 진통제인 바이옥스(Vioxx)를 복용한 후 심장발작 증세를 보였다고 주장하며 이 약품의 제조업체이자 미국 제2위 제약업체인 머크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평결을 내렸다. 집배원인 흄스턴은 베트남 전쟁 참전 당시 다친 무릎의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2001년 이 약을 2개월간 복용 후 심장발작 증세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머크 측은 바이옥스의 단기간 복용과 심장발작간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법원 배심원들은 바이옥스 복용이 원고의 심장발작 증세를 일으킨 본질적인 원인이 아니고, 머크사는 바이옥스의 위험성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적절하게 경고했다고 판단했다. 이 소송은 지난해 발표된 바이옥스를 최소 18개월 이상 장기간 복용할 경우 심장발작 등의 발병확률이 2배나 증가된다는 임상결과가 배경이 됐다. 발표 직후 머크사는 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옥스에 대한 전량 회수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머크사는 발표 전까지 약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미국 식품의약청은 회수조치가 있기 한달 전까지도 바이옥스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해 승인 조치를 내렸다. 게다가 원고가 자신을 피해자로 배심원들에게 보이고자 했던 당초 의도와 달리 거의 매일 증언을 위해 법원에 출석했고 하루 종일 증언대에 서서도 건강하게 증언한 게 원고 패소 평결의 이유였다. 머크사 주가는 지난해 위 임상결과가 나온 후 40% 이상 떨어졌고 지금까지 최소 6,000여건의 소송에 휘말려 결국 파산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승소에 힘입어 뉴욕 증시에서 주가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2002년 7월부터 시행 중인 우리나라의 제조물책임법은 피고의 면책사유(제4조 제1항)로 ‘제조업자가 당해 제조물을 공급한 때의 과학ㆍ기술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 또는 ‘제조물의 결함이 제조업자가 당해 제조물을 공급할 당시의 법령이 정하는 기준을 준수함으로써 발생한 사실’ 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약회사로서는 판매 후에 인지하게 된 부작용에 대해 즉시 적절하게 경고할 의무가 있다. 대부분의 의약품소송이 제약회사의 이러한 사후 ‘표시상의 결함’을 문제삼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제조물책임법 제4조2항도 ‘제조물을 공급한 후에 당해 제조물에 결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그 결함에 의한 손해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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