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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잃어버린 현대인들. 20일 개봉하는 외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원제 Lost in Translation)는 단절과 상실감으로 고민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한편의 `잠언` 같은 영화다. 한때 잘 나가는 할리우드 영화 배우였던 밥 해리스(빌 머레이 분)는 200만 달러짜리 위스키 광고를 찍고자 도쿄에 도착한다. 유명 사진작가인 남편과 결혼한 샬롯(스칼렛 요한슨 분)도 남편의 출장 건으로 일본에 와 있는 상태. 둘은 낯선 일본 문화를 접하며 느끼는 단절감 만큼이나 자신들의 인생에서도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정상을 이미 지나 내리막에 접어든 중년의 밥은 각자 역할이 분명한 가족들 사이에서 겉돌고, 샬롯은 남편의 냉담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쉽게 안정을 찾지 못한다. 깊은 밤 잠 못 이루다 호텔 바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어렵지 않게 친구가 된다. 도쿄 시내를 거닐면서 이방인들과 섞이던 두 사람은 낯선 땅을 이해하게 되는 것 만큼이나 조금씩, 자신들의 인생에 대한 의미도 재발견하게 된다. 영화를 보고 새삼 느끼게 되는 사실은 영화의 언어가 매우 전방위적이라는 점이다. 영화는 사건 전개와 연기, 연출력으로도 말하지만 선택된 장소와 소품, 카메라의 각도, 배우의 몸 동작, 인물군의 배치, 각 신의 연결, 조명, 음향 등등으로도 끊임없이 말한다. `사랑도…`는 이 같은 장르적 향연 자체에서 일단 빛나는 동시에 이러한 기지가 주제 의식 및 사건 전개와 숨가쁨 없이 맞물려 가고 있어 더욱 매력적인 작품이다. 메가폰을 잡은 이는 `대부`로 유명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딸 소피아. 이 영화는 그의 두 번째 장편일 뿐이다. 주요 소재로 동양 문화를 선택한 건 요사이 할리우드의 유행과도 부합하는 부분. 다소 낯선 TV쇼나 음식 문화, 밤 문화 등에 카메라를 들이댄 각도에도 개연성이 엿보인다. 문화적 편견에 대한 논의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몇몇 우리 영화가 끊임없이 프랑스를 동경하는 것 만큼이나 수순적인 수준으로 보인다. 되려 영화에는, 감독이 의도했건 아니건, 이미 `지는 해`가 된 서양인들이 일종의 `뜨는 해`인 여타 문화를 지켜보는 묵묵한 쓸쓸함 마저 엿보인다. 이러한 견지로 할리우드에서 누군가를 훔쳐올 수 있다는 `자만심`을 부려보자면, 일단 그녀를 데려오고 싶어진다. 20일 개봉. <김희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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