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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vs 제작사, 판권 놓고 한판 승부
입력2004-09-30 08:44:00
수정
2004.09.30 08:44:00
드라마 외주제작사, 전체판권 가질 수 있을까
공중파 방송사와 드라마 외주제작사가 힘겨루기를 한다. 드라마 판매권리(판권)을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펼칠 전망이다.
11월 중순 '장길산' 후속으로 SBS TV에서 방영될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와 내년 1월 MBC TV 방영 예정인 '슬픈 연가'의 제작사는 전체 판권을 갖고, 공중파 방송사에는 방영권만 주겠다는 방침이다.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는 '형수님은 열아홉' '내사랑 팥쥐' 등을 제작한 JS픽쳐스와 '별을 쏘다' '천국의 계단' 등을 만들었던 로고스 필름이 공동제작하는 작품.
각각 이진석 PD와 이장수 PD가 대표로 있는 회사이며, 두 사람은 이번 작품을 공동연출한다.
주인공에는 김래원과 김태희가 캐스팅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보스턴 등지에서 올로케이션 촬영 후 국내에서는 간단한 세트 촬영분만을 기획중이다.
'슬픈 연가'는 김종학 프로덕션과 포이보스, 두손엔터테인먼트 등이 공동제작하는 작품. 권상우, 김희선이 주연을 맡고 역시 10월말 미국 뉴욕에서 촬영을 시작한다.
제작사들은 드라마 기획단계부터 "국내외 판권은 우리가 갖고, 방송사에는 방영권만 줄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방송사의 입장은 '절대불가'다.
현재 방영할 방송사가 정해졌지만 정식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다. 아직 제대로된 협상도 진행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방송사는 제작사의 요구대로 판권을 내주지는않겠다는 방침을 세워놓았다.
MBC 박종 제작본부장은 "드라마는 방송사의 주요 콘텐츠다. 그런데 판권을 제작사가 갖고 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밝혔다.
SBS 이남기 제작본부장 역시 "아직 협상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콘텐츠 확보를 해야 하는 방송사 입장에서 전체 판권을 내주는 건 힘든 일"이라고 못박았다.
두 간부의 말대로 드라마는 방송사의 주요 콘텐츠다. 이 본부장은 "정상 방송뿐아니라 방송사들이 운영하는 케이블 채널, '다시보기' 서비스 등 인터넷 콘텐츠와도관련이 있기 때문에 국내 판권을 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드라마를 다른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같은 의견은 외주제작사의 선언과 정반대되는 것이다. 다만 협상카드로 각 방송사는 제작비 상향지급, 해외판권의 경우 수익비율을 현재보다는 제작사에 유리하게 책정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중이다.
김종학 프로덕션의 박창식 이사는 "방송사가 지급하는 제작비 이상의 돈을 들여제작해놓으면 실속은 방송사가 차리는 현실에서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포이보스의 김광수 대표 역시 "'슬픈 연가'는 국내방영뿐 아니라 해외판매까지방영 전부터 협상중인데 판권을 방송사에 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외주제작사 입장에서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버는' 현실을 더 이상 간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더욱이 '한류열풍'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드라마가 높은 값에 팔리고 있어 해외판권은 결코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슬픈 연가'는 국내투자뿐 아니라 해외투자를 받아 제작할 예정이다.
이같은 외주제작사의 강경 방침은 최근 방송환경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외주제작사들은 열악한 제작환경에서 지금껏 수동적 입장으로 방송사에 납품해왔지만, 드라마가 경쟁력있는 수출품이 된 이상 끌려다니지만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겨울연가'에서 나타나듯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는 상품을 만들어낼 수있는 상황에서 우물안 개구리처럼 국내 방송사만을 판매루트로 할 수는 없다는 것.
현재 방송사와 제작사의 판매수익 배분비율은 7:3이 대부분이고, 회당 제작비는평균 8천만원선이다.
방송사로서는 이러한 변화 움직임이 결코 달갑지 않지만 제작사와의 협상을 통해 최소한의 부분만 내준다는 전략이다. 내부적으로는 회당 제작비 인상선과 판권비율에 대한 방침을 정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 배우를 기용하고 대규모 프로젝트식 제작을 통해 지금껏 얻어내지 못했던부분을 정당하게 갖고 가겠다는 외주제작사와 아직은 우월한 위치에서 제작사를 다룰 수 있는 방송사의 한판 승부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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