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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참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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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복지비용이 급증하면서 공적연금에 치우친 국가 연금체계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 태평로 삼성증권 본점에 마련한 좌담회에서도 연금시장 전문가들은 은퇴 이후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사적연금 시장의 활성화가 하루 빨리 정착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출산율을 높여 공적연금의 부실화를 예방하고 은퇴교육을 통한 국민노후 인식 제고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이에 맞춰 사적연금 확대를 골자로 하는 연금정책을 연내 내놓을 계획이다.
100세 시대를 맞아 조만간 개인연금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이병래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 국장은 "고령화에 대비해 베이비부머ㆍ저소득층 등 노후 준비 취약계층과 그룹을 대상으로 개인연금 가입을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연금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는 보험연구원의 이태열 고령화연구실장은 "한국은 연금제도의 틀은 갖춰놨지만 내용은 부실하다"며 "공적연금의 한계를 인정하고 국가 연금보조금 지급, 소득공제 확대 등을 통해 개인연금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영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도 "국민의 노후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도적으로 '은퇴 계좌'를 만들어 이곳에서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 노후 자산을 통합해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현재 우리 국민의 노후준비 수준은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나요.
▲이태열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장=소득수준 중위층을 기준으로 본다면 연금제도의 겉 틀은 다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얼마나 내실화돼 있느냐 여부인데요. 우리나라 연금제도는 기본적인 골격은 갖췄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김진영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흥미로운 사실은 국민들이 자신들의 평균소득조차 잘 모른다는 점입니다. 소득대체율에 대한 체감도가 많이 떨어져 있다는 뜻인데 연구소에서 일반인들에게 은퇴준비가 잘 돼 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13%만이 은퇴준비가 된 것 같다고 답했다. 이게 우리나라 노후준비의 현실입니다.
▲사회=공적연금에 대한 말들이 많습니다. 부실하다는 얘기죠. 공적연금의 역할수행 정도를 어느 정도로 보고 계십니까. 또 사적연금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요.
▲이 실장=데이터상으로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복지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수준인데 이는 선진국에 비해 2분의1, 3분의1 수준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앞으로인데요. 재정부족 현상은 예고돼 있습니다. 지금도 재정이 빠듯한 상황인데 복지수요는 더 늘고 있습니다. 국민이 얼마만큼 부담을 더 져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병래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현상을 경험한 사례를 참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공적연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사적연금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우리에게 시사점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결국 국민들의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서는 사적연금 부분을 보완시켜나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김 소장=우리나라의 자산구성은 50대 이상이 대부분을 갖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부동산 비중이 높죠. 그런데 유동화가 안 됩니다. 자산과 현금이 따로 놀고 있습니다. 유럽만 하더라도 주택을 활용한 유동화 툴(tool)이 매우 다양합니다. 꼭 연금이 아니더라도 집을 팔고 리스로 사는 방법도 있고 집을 아예 매각해 투자신탁으로 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유동화시키는 방법을 확산시켜야 합니다.
▲이 실장=공적연금에 한계가 있으면 당연히 대체 연금수단을 찾아야 합니다. 사실 소득공제 확대, 정부 보조금 지급 등 사적연금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은 이미 나와있고 정부의 의지와 철학이 중요합니다. 또 국민의 노후인식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캠페인이라도 해서 국민의 인식을 제고시켜야 합니다.
▲사회=연금제도를 둘러싼 부처 이기주의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각 부처별로 산재해 있는 연금제도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오는데요.
▲이 국장=우리나라에 국민연금이 도입된 것이 1988년입니다. 국민연금이 가장 먼저 도입되고 이후 2005년 퇴직연금이 도입됐습니다. 가장 오래된 것이 이제 25년 정도 됐다는 얘기인데 그만큼 역사가 짧습니다. 그 결과 연금제도는 압축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전략적으로, 그리고 종합적으로 각 부문들을 연계해 연금제도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사회=사적연금도 부족하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양극화는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됩니다. 일부 중소기업들의 경우 퇴직연금이라는 개념 자체가 부족하고 그러니 도입률도 낮습니다.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요.
▲이 실장=전 생각이 좀 다릅니다. 사적연금에 있어서 양극화는 없다고 봅니다. 사적연금은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가입할 수 없는 상품이기 때문이죠. 오히려 더 많은 사람, 예를 들어 상위층뿐만 아니라 중위계층도 사적연금으로 오게끔 만드는 게 더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율이 높습니다. 국가가 나서서 이들이 사적연금에 의무 가입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세제혜택이나 보조금 등 인센티브 등이 수반돼야 하겠지요.
▲이 국장=결국은 어떤 식으로든 취약계층이 사적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책이 나와야 합니다. 영국의 경우 수수료를 인하해 실질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을 선택했어요. 베이비붐 세대나 저소득층 등 사적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을 대상으로 정책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재정적인 면을 고려해야 해서 시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김 소장=사적연금 가입 여부는 순전히 개인적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많은 논의가 정책적 인센티브 관점에서 진행되는데 따지고 보면 사적연금의 운용수익률이 훌륭하다면 세제혜택 같은 지원책이 없어도 가입하게 돼 있습니다. 사적연금 활성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운용입니다. 수익률은 낮고 수수료 부담이 남아 있다면 수요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결국 규제를 풀어줘야 합니다.
▲사회=노후 준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낮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이 실장=그렇습니다. 노후대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지금보다 높아져야 합니다. 본인만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어져야 합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퇴직금도 아낌없이 쓰는 게 지금 우리나라 부모세대의 현주소입니다.
▲김 소장=은퇴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면 본인이 진지하게 은퇴설계를 받아야 합니다. 지금은 그런 툴이 없지만 예를 들어 금융회사를 통해 정기적으로 은퇴설계를 받게 한다면 국민인식을 제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회=끝으로 지금 상황에서 노후대비 관련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이 국장=무엇보다 노후대비에 대한 국민의 인식수준을 제고해야 합니다. 사적연금의 성공사례를 찾아 전파시키면 신뢰를 높일 수 있습니다. 고령층의 노동연령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 뇌리에 각인된 잘못된 편견 중에 하나가 노령층의 고용률이 올라가면 청년층의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것인데요. OECD 사례를 보면 노령층의 고용률은 청년층의 것과 정비례 관계를 보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김 소장=정부가 제도적으로 '은퇴 계좌'를 도입해 국민들의 노후 인식을 높이고 이곳에서 국민연금ㆍ퇴직연금 등 은퇴 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은 국민연금은 유족연금이라 해서 이어서 받을 수 있지만 퇴직연금은 일시불이 가능합니다. 주변에서 퇴직연금을 일시불로 받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고 날려버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은퇴자산을 분리시키는 것부터 교육해야 합니다.
▲이 실장=실제로 노후준비의 키는 고용부도 아니고 복지부ㆍ금융위도 아닌 여성가족부가 쥐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출산율이 결정할 것이라 봅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러면 국가가 재정적 부담을 견뎌낼 수가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저출산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