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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21세기는 `고분자재료 시대'
입력1999-01-10 00:00:00
수정
1999.01.10 00:00:00
지난 1985년을 사람들은 어떻게 기억할까.한가지 확실한 것은 85년부터 플라스틱 등 고분자 재료의 사용량이 철의 사용량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그 때부터 「고분자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온통 고분자재료로 뒤덮여 있다. 플라스틱·섬유·고무 등이 모두 인공 고분자물질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범퍼·시트·핸들 등 엔진과 껍데기 외에는 모두 고분자재료로 구성된다. 고분자재료가 없었다면 비행기를 비롯해 대부분의 물건들이 지금보다 더 무겁고 비쌀 것이다.
고분자물질은 수많은 원자가 결합한 한 개의 분자다. 사실 타이어는 하나의 고분자로 이뤄져 있다. 분자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타이어를 반으로 자르는 것은 분자 하나를 반으로 자르는 것과 같다.
고분자 과학자들은 인류는 지금까지 석기·청동기·철기 시대를 살아 왔고 지금은 고분자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한다. 고려대의 진정일교수는 『인류는 그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로 돈을 만들어 왔다. 석기 시대는 돌,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는 금속과 종이였다. 미래는 플라스틱이 돈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고분자 시대」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미 플라스틱으로 만든 신용카드가 널리 쓰이고 있고, 앞으로는 플라스틱 전자지갑이 진짜 돈을 대신할 것이다.
최근에는 특이한 성질을 가진 고분자 재료가 속속 나오고 있다.
물을 먹으면 수십배로 팽창하는 고분자재료도 그중 하나다. 이 고분자 재료는 1㎚당 물을 100㎚ 이상 빨아들이며 거인으로 변신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김영하박사는 『「수퍼 팽창 고분자 재료」는 사실 물에 녹는 것이지만 형태를 잃어버리지 않아 물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설명한다. 고무풍선에 바람을 불어넣듯 물을 넣는 것과 비슷하다. 이 재료는 현재 아기 기저귀나 생리대에 사용된다. 과학자들은 이 고분자재료를 이용해 물이 부족한 농토에 물을 공급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전기가 잘 통하는 플라스틱도 있다.
폴리아세틸렌 같은 고분자 재료는 구리의 10분의1 세기로 전기를 잘 통한다. 차세대 전지로 각광받고 있는 리튬폴리머 전지에 사용되는 고분자 재료가 이런 물질이다. 금속보다 훨씬 가벼워 휴대폰이나 노트북PC를 더 가볍게 만들 수 있다. 서울대 박영우교수(물리학과)는 『아직까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초전도 플라스틱」이 나온다면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이밖에 땅에 넣으면 썩는 플라스틱, 빛을 내는 플라스틱, 빛을 받으면 녹는 플라스틱 등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과학자들은 「고분자 재료의 어머니」인 석유가 사라진 미래에는 석유 대신 세균이나 식물이 고분자 재료를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 천연 고분자에서 인공 고분자 시대로 옮겨왔던 인류가 다시 천연 고분자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김상연 기자】
물을 먹으면 거대하게 커지는 고분자재료. 화분에 담은 인공화초(위)에 물을 주자 잎이 활짝 피며 커지고, 조그마한 아기공룡(아래)이 물을 먹자 큰 어른 공룡으로 바뀌고 있다.
(*박스안의 박스입니다)
한국의 석유화학 산업
합성 고분자재료는 대부분 석유화학산업에서 나온다. 따라서 국내 고분자재료의 역사는 석유화학산업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72년 연산 10만톤 규모의 울산 석유화학 공단이 완공되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한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보다 10~30년 늦은 셈이다. 80년대 중반 이후 기름값 하락으로 크게 발전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분자재료의 가장 기초물질인 에틸렌을 연간 492만톤 정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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