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울산항 부두에서는 나프타와 항공기용 제트유 등 SK㈜의 석유제품을 가득 실은 유조선이 이틀에 한척 꼴로 뜬다. 척당 4만~7만톤 규모의 선박들은 중국의 산둥, 황푸항 등 세계 곳곳으로 보내질 SK㈜의 수출첨병들이다. SK㈜하면 그저 주유소에 차량용 기름을 파는 내수기업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SK㈜는 해외시장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명실상부한 수출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실제로 SK㈜는 지난 9월엔 전체 석유 판매제품의 53%인 1,177만 배럴을 해외에 팔았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거두었다는 얘기다. SK㈜의 수출 드라이브는 일찍부터 준비됐다. 지난 98년 그룹 총수에 오른 최태원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글로벌 성장’을 외쳤다. 내수에 국한돼 국내경기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사업구조를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전략이었다. 이후 SK㈜는 중국 중심의 해외진출과 석유개발사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공격적으로 벌여왔다. 최 회장은 최근 인천정유를 인수하면서 “아ㆍ태지역 메이저 컴퍼니로 도약하고 멀티 리파이너리(다중 정제) 시대에 대비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SK㈜ 관계자는 “올해 수출비중이 더욱 높아져 절반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며 “석유제품 수출로만 매달 8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으며, 올해는 수출액이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석유사업과 함께 SK㈜의 양대 축인 화학사업 역시 올해 3분기 전체 판매량의 62%인 36만6,000톤을 수출했다. 금액으로 보면 올해 3분기까지 수출액이 2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지난해에 올렸던 2조8,000억원의 수출 실적에 버금간다. 연간 중국에 대한 수출물량이 120만 톤에 달하는 아스팔트의 경우 중국시장 40%를 차지해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수출 채산성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저가의 벙커-C유 등 중질유보다는 경유나 항공유 같은 고가의 경질유 수출이 늘어나며 수출단가도 대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석유제품 평균 수출단가(9월 기준)는 전년 동기 대비 37%나 상승한 배럴당 6만9,743원에 이르고 있다. SK㈜는 제품 뿐만 아니라 정제기술도 세계시장에 팔고 있다. 대한민국기술대상을 수상한 APU 기술은 해외에 수출돼 선진국으로부터 로열티까지 받고 있다. SK㈜는 지난 7월 촉매ㆍ공정 기술판매회사인 프랑스 악센스와 APU 기술 수출계약을 맺어 매년 2,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게 됐다. 오랫동안 공들여온 SK㈜의 기술력이 이제 해외시장에서도 널리 인정받기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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