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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허브항’ 멀어진다
입력2003-08-24 00:00:00
수정
2003.08.24 00:00:00
오철수 기자
지난 5월에 이어 또다시 전국운송하역노조 소속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물류대란이 빚어지면서 동북아 허브항 건설의 꿈이 물거품이 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대대적인 항만개발 여파로 우리나라의 환적화물이 급속하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까지 겹치면서 외국선사의 한국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계 3위의 컨테이너항 지위를 지켰던 부산항의 경우 중국 상하이항은 물론이고 선전항에도 뒤져 5위로 밀려난 상태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 항구들은 신인도 추락으로 동북아의 주변항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24일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화물연대의 파업이 4일째 이어지면서 컨테이너 화물수송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져 수출입 화물운송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시멘트를 비롯한 원자재 수급이 제때에 이뤄지지 못해 조업차질이 빚어지는 등 산업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컨테이너 물량의 80%를 처리하고 있는 부산항의 경우 이날 화물차량 운행대수는 960대로 평소의 40.5%에 머물러 컨테이너 반출입 비율이 평소의 62.6%로 뚝 떨어졌고 부두의 장치율은 61.4%로 높아졌다.
이 때문에 신선대부두와 자성대부두 등 부산항의 부두는 컨테이너를 싣지 못하고 뱃머리를 중국 등으로 돌리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23일 OOCL상하이호가 900개의 컨테이너 가운데 400개를 싣지 못한 채 출항한데 이어 24일에도 부산항의 우암부두에서는 흥아해운과 고려해운 소속 선박 두척이 950개 컨테이너 가운데 125개를 싣지 못하는 등 모두 10척의 선박이 수출 컨테이너 선적에 차질을 빚었다.
이처럼 잇단 파업으로 불편을 겪자 외국 선사들이 한국 기항을 기피하면서 우리나라의 화물이 급격하게 줄고 있다. 7월 컨테이너 물동량은 107만5,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한 개)로 3월(117만5,182TEU)이후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여름철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물동량이 줄어드는 것은 예년에는 없던 일이다.
특히 부산항의 경우 지난달 컨테이너 처리량은 85만4,000TEU로 중국 상하이항에 4개월 연속으로 밀렸다. 올들어 7월까지 전체 실적에서도 부산항은 607만9,000TEU에 그쳐 상하이항(618만TEU)에 뒤진 것은 물론이고 선전항에도 밀려 5위로 추락했다.
반면에 중국 상하이항은 1월 85만9,000TEU, 2월 65만TEU, 3월 90만1,000TEU, 4월 91만6,000TEU, 5월 89만2,000TEU에 이어 6월 94만5,000TEU, 7월 97만TEU 등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불과 몇 개월만에 부산항이 5위로 추락한 것은 중국~북미ㆍ유럽간 직항로가 늘어난 데다 5월 부산항을 마비직전으로 몰아넣었던 화물연대의 파업이후 차이나시핑 등 일부 외국선사들이 모선의 기항지를 부산항에서 중국 상하이 등 경쟁항으로 옮기면서 환적화물이 이탈한 것이 주요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화물연대의 2차 파업이 발생하자 외국계 5개 운송회사로 구성된 그랜드 얼라이언스(GA)사가 환적화물의 부산항 입항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대형 공동선사인 뉴월드 얼라이언스도 기항지 변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산항의 위상이 이렇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또 다시 물류대란이 장기화될 경우 외국 선사들이 `부산항은 위험한 항만`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이는 곧바로 환적화물의 이탈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부두 운영자의 지적이다. 이런 추세가 고착화될 경우 우리나라는 화물감소→운송비 증가→화물감소의 악순환으로 인해 `동북아의 변방항`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김황중 한진해운 동북아지역본부장은 “허브항 경쟁에서 한번 밀리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며 “중국과의 경쟁에서 더 이상 뒤지지 않으려면 파업의 만성화를 막고 시설투자를 과감하게 앞당기는 등 정부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철수기자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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