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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자중지란/김준수 차장대우·정경부(기자의 눈)
입력1997-11-18 00:00:00
수정
1997.11.18 00:00:00
김준수 기자
이건 정말 위기다.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가운데 재무당국과 중앙은행이 금융개혁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 시장 안팎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환투기 세력들은 이 틈을 노려 시장을 마구 교란시키고 있다. 17일 하오 환율이 갑자기 치솟고 주가가 폭락하자 시장에는 『금융개혁법안과 관련, 당국이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개혁법안 처리 반대론자들은 즉각 재경원에 의혹의 눈길을 보냈고 지지론자들은 한은의 행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환율과의 전쟁」을 선포한 당국이 자중지란으로 오히려 환투기 세력에 놀아나는 형국인 것이다.
금융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고 짜내도 모자랄 판에 마냥 대립하고 있으니, 일이 해결될 리 없다. 금융당국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마치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이런 불장난에 이제 초가삼간은 걷잡을 수 없이 타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자금난은 거의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대외신인도 추락으로 종합금융사에 이어 은행들까지 해외 자금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극심한 외화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바람에 은행들은 기업에 대한 외화대출을 전면 중단, 수출업계 등 산업계에도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대기업의 잇단 부도와 금융시장 혼란의 근본 원인은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정부와 중앙은행, 국회의 총체적 무책임이 빚어낸 결과임이 입증되고 있다.
국제적 신용평가기관들이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도를 하향조정한 것도 기업부도와 금융기관 부실의 결과라기보다 이같은 원인을 제공한 정부와 국회가 수습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강경식 부총리는 그동안의 잇단 정책실기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고 이경식 한은총재는 한은법개정 논의과정에서의 독주로 내부통제력을 상실했다. 국회는 정권다툼에 넋을 잃고 경제를 방치하고 있다.
마침내 우리 경제는 국제기구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야 수습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 거침없이 회자되기에 이르렀다. 이는 우리나라가 「부도」초읽기에 돌입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한시바삐 재경원과 한은은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 모색에 나서야 한다. 경제부총리와 한은총재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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