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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가 적으로… '참이슬' 공방 격화

'참이슬의 철옹성을 깨라'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하고있는 '참이슬' 소주의 진로가 자사 출신 경쟁사 주류통(通)들의 집중 견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진로가 하이트맥주와 하나가 되면서 유통 파워를 업그레드시키자 진로의 속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반격이 더욱 거세졌고, 이에 맞서 진로는 추가 인력 이탈을 막기위한 문단속과 시장 방어에 나서고 있다. 1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진로 출신들은 각 경쟁사 최고경영자(CEO)나 주요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임직원으로 속속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 진로 시절 축적한 영업과 마케팅, 기획 등 다양한 노하우를 무기삼아 친정을 위협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사는 두산 주류 사업부문의 한기선 사장이다. 한 사장은 1988년 진로에 들어와 기획과 마케팅 담당 임원, 영업본부장 등을 지낸 뒤 2001년말 그만두고 2002년 오비맥주 수석 부사장을 거쳐 지난해에 현직에 취임했다. 한 사장은 특히 1998년 출시된 참이슬 시장 확대의 주역이었다. 그러나 한 사장은 이제 '산' 소주 두산의 선봉장이 돼 친정 체제를 강화하는 등조직 전열을 정비하면서 새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형제의 난' 때문에 계획이 다소 어그러졌지만 업계는 두산의 신제품 카드에 주목하고 있다. 두산에는 한 사장뿐 아니라 진로 출신의 많은 인력이 주요 임원 등 핵심 포스트에 자리잡고 있다. 두산이 그나마 진로에 맞설 수 있는 상대로 평가받은 것은 그룹 역량도 역량이거니와 진로의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알고 노하우를 축적해온 맨 파워가 있어서다. 진로가 자사의 반에 훨씬 못미치는 5% 대의 소주 시장점유율에 그치고 있는 두산의 움직임에 각별히 안테나를 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진로는 특히 두산이 '범 두산그룹'으로 분류되는 오비와 고위급 접촉을 갖고 공동 영업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하이트·진로에 맞서자고 교감한 것으로 알려지자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며 대응 태세를 가다듬고 있다. 충청권에서 시장을 넓히고 있는 ㈜선양도 김광식 사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을 진로 출신들로 채운 채 지난 9월 새 제품을 내놓고 대전을 중심으로 충남 공략을 강화하고 나섰다. 선양은 여기에다 두산측과 '연합전선'을 구축, 선양과 두산이 각각 강점을 가진 강원, 충남에서 선전할 경우 진로가 이에 대한 방어로 전선이 분산되면서 수도권 시장에서 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진로라는 '공룡'을 상대하기 위한 양사의 협공 전술을 뜻하는 업계 일각의 시나리오다. 진로 관계자는 "우리는 영업조직을 재정비하고 시장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진로와 참이슬을 잘 아는 진로 출신들이, 나아가 진로를 '부도의 늪'에 빠뜨린 주역들이 법정관리를 굳건히 이겨낸 진로 후배들과의 싸움에서 얼마나 선전할 지 기대된다"고 냉소하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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