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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기업들의 실적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메르스가 한 달째 이어지면서 상승 추세였던 기업 실적전망치가 꺾이고 있다. 특히 2·4분기 실적은 연간 실적전망의 변곡점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길어질 경우 올해 전체 실적도 예상 밖으로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앤에 따르면 3개 추정기관 이상이 실적전망치를 제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167개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2·4분기는 물론 연간으로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현재 이들 상장기업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136조2,139억원으로 메르스 사태가 시작된 한 달 전(5월18일)보다 2,801억원(-0.21%) 감소했다.
2·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의 감소폭은 더욱 크다. 2·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2조8,688억원으로 한 달 전(5월18일) 전망치에 비해 7,627억원(2.27%) 감소했다.
업종별로 운송·건설·조선 등이 포함된 산업재 업종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 달 전 대비 7.11% 감소했다. 메르스 여파로 여객수요가 줄어들면서 항공 업종 등의 실적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내수 위축으로 필수소비재도 4.26% 감소할 것으로 보이고 경기 관련 소비재도 3.8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관련 소비재 업종 중 호텔·레저는 7.61% 감소하고 있고 화장품·의류도 1.66%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메르스 여파는 현재 2·4분기는 물론 3·4분기 실적까지 악화시키고 있다. 한 달 전 대비 현재 3·4분기 영업이익은 2.92% 감소한 35조1,721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루게 다르게 늘어나는 확진자와 격리 대상자를 양산하던 메르스가 이제 국내 기업의 2·4분기는 물론 다가올 3·4분기 실적마저 감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간신히 살아난 국내 경기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4분기는 실적 시즌을 앞두고 영업이익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이었지만 주요 업종 대표주들의 실적이 기대치에 부합하면서 기업 실적에 대한 신뢰도가 한층 높아졌다"면서 "하지만 2·4분기 및 3·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다소 둔화하고 있고 특히 3·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하락할 것으로 보여 메르스 확산에 따른 악영향이 업종별 실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국내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1·4분기 실적전망치 상승률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2·4분기 실적에 경고음이 울리면서 주가도 주춤하고 있다. 이미 국내 대표주들의 시가총액은 최근 한 달(5월18일~6월18일)간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4.60% 감소했고 현대자동차는 19.27%나 줄었다. 아모레퍼시픽은 1.90% 늘어났지만 메르스 사태가 터지기 전 가파르게 늘어났던 것에 비하면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코스피지수는 이 기간 2,113.72에서 2,041.88로 71.83포인트 떨어졌다. 이 연구원은 "메르스 사태 추이에 따라 업종별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라며 "악재에도 실적 모멘텀이 강화되고 있는 에너지·증권·화학 등의 업종에 대한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2·4분기 어닝 시즌은 하반기 실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기"라며 "메르스 사태가 길어질 경우 기업들의 실적도 크게 훼손될 수 있고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인 여파를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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