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본인이 직접 적어간 한국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조목조목 언급하며 해결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우리은행이 인도네시아 진출을 추진 중이라면서 올해 안에 행정절차가 완료돼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활동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도유노 대통령은 관계당국에 지침을 주고 관심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혀 인수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6월 사우다라은행 지분 33%를 인수하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으나 인도네시아중앙은행이 승인을 내주지 않아 애를 태워왔다. 1906년 설립된 사우다라은행은 인도네시아 증시에 상장돼 있으며 109개 점포에 1,600여명을 고용하고 있는 중형 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약 7,000만달러를 들여 33% 지분을 인수하고 우리은행 인도네시아법인(BWI)과 합병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우리은행은 1992년 현지에 진출했지만 점포 수는 7개에 불과하다. 이번 인수가 완료될 경우 점포 수를 17배로 늘릴 수 있게 된다.
인도네시아중앙은행(Bank Indonesia)은 그동안 각종 규제를 신설하며 현지 은행이 외국계 자본에 매각되는 것을 사실상 불허해왔다. 현재 외국계 은행들이 현지은행 16곳에 대한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인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정상이 나서서 직접 세일즈 외교를 하자 인도네시아 측도 양해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하나은행도 박 대통령의 해외 세일즈외교 덕을 봤다.
지난달 박 대통령은 국빈자격으로 베트남을 방문해 응우옌떤중 베트남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하나은행 호찌민 지점 개설 문제를 처리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중 총리는 환담 도중 중앙은행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문제 해결을 지시했다. 하나은행이 2007년 현지 사무소를 개설한 지 6년 만에 지점 개설 허가가 임박한 셈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신흥국의 경우 정부의 깐깐한 규제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면서도 “박대통령의 해외 세일즈 외교 덕분에 해외 시장 진출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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