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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선 동묘앞역을 나오자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 도매시장 길 양 옆에 전문도매상 100여개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수도권 지역 문구점은 물론 지방에서도 제품을 구입해갈 정도로 가격이 저렴한 이곳은 ‘문구점들이 찾는 문구점’이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문구도매상 밀집지역이다. 예전 같으면 9월 신학기를 앞둔 이맘때 쯤이면 새로 출시된 문구를 떼어 가려는 소매상들로 붐볐지만 올해는 경기가 예전만 못하다. 서울시교육청이 올해부터 시행한 학용품 무상지급으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교육청은 올해부터 초등학생 1인당 연간 3만원, 중학생은 1만원 상당의 학용품을 지급하고 있다. 조치열 경인문구 사장은 이와 관련 “지난 여름에 비해 매출이 20%이상 줄었다”며 “예년 같으면 가을학기를 앞둔 성수기지만 올해는 평소 보다 나을 것도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학용품 무상지급 이후 창신동 시장의 주 고객이었던 학교 앞 문방구 중에는 매출이 최고 50%까지 줄어든 곳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소매상 매출이 줄어든 반면 일반 소비자들이 문구도매시장을 찾는 발걸음은 잦아지고 있다. 이 시장은 문구 신제품이 시중에서 가장 빨리 판매될 뿐 아니라 가격은 최고 30%나 저렴하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아들ㆍ딸과 함께 시장을 찾은 김명주씨는 “신상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어 3년째 신학기를 앞두고 방학 때마다 아이들과 이곳에서 문구를 구입했다”며 “학교에서 학용품을 주고는 있지만 다양한 디자인의 필기구, 노트 등이 구비돼있어 아이들이 원하는 제품으로 구입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이곳 창신동 도매시장의 매출 구조도 변하고 있다. 한때는 소매상과 일반 소비자들의 매출이 7대 3이었지만 최근에는 5대 5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권춘석 현진문구사 대표는 “조금이라도 비용을 아끼려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져 자녀들과 함께 매장을 찾는 부모들이 계속 늘고 있다”며 “소비자 매출이 늘고는 있지만 구매액 자체는 소매상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어 전체 매출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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