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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30년 전 문건

지난날 금융풍토가 혼탁하게 된 것은 일부 악덕 기업인들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행위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즉 정부나 금융기관이 지원한 국가적 목적은 아랑곳 없이 귀중한 공적자원을 사리사욕에 탕진하는가 하면 법인기업의 유한책임원리를 악용해 법망을 뚫어가며 그 재산을 사재로 빼돌리는 한편 부실화된 기업은 은행에 떼어 넘기는 사례가 있었으니….」금융감독원 문건이 아니다. 30년 전 재무부가 발표했던 「부실기업 정비대책」이라는 문건이다. 새삼스럽게 소개하는 것은 지금 한창 진행하고 있는 이른바 「구조조정」과 그 본질면에서 이떤 차이가 있는가에서다. 문틀에 고풍스런 대목은 있지만 기업부실은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당시 불과 수십억원대였던 금융기관의 부실여신액이 수십조원대로 팽창돼 있다는 숫자가 다르다면 다르다. 그만큼 기업과 금융의 왜곡된 커넥션이 넓고 깊게 패였을 따름이다. 이른바 문제기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기업문제를 경제시각으로 다루려는 진화된 모습은 지금도 없지 않다. 그러나 사회정의라는 도덕적 기준과 사법적처리로 응징하는 해결양식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른바 국민정서와 정치적 목적이 묘하게 결합되는 결과다. 그 때는 정부가 칼을 빼고 지금은 「시장」이 조정해가는 형식이지만 누구도 그렇게 보지는 않는 것 같다. 역시 칼자루를 쥐고「퇴출」「워크아웃」을 발동하는 쪽은 시장이 아니라 정부다. 「귀중한 공적자원」을 낭비해 제재를 받게 된 쪽은 30년 전에는 기업이었다. 지금 정부는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물붓듯 하고 있다. 워낙 급한 불을 꺼야하는 사태이니 시비를 할 겨를도 없다. 그러나 헤프면 낭비가 일어나게 마련이다. 30년 전 당시 부실기업 문제는 정치적 성향이 강했던 청와대 경제수석이 맡았었다. 지금은 독립기관인 금융감독위원회가 맡고 있다. 형식의 변화가 생산물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금감위는 독립기관의 권위를 확보하고 있을까. 5년 혹은 10년 뒤 어떤 「아웃 푸트」가 나올까 궁금하다. /孫光植(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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