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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27일 독일계 승강기 업체 쉰들러의 반대를 뚫고 주주총회에서 현대엘리베이(017800)터의 수권자본(주식발행한도)을 18년 만에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넥슨과 경영권 분쟁이 있는 엔씨소프트는 윤송이 사장의 승진을 문제 삼은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주총이 평소보다 3배 이상 길어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날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주총에서 회사가 발행 가능한 주식 수를 현행 2,000만주에서 6,000만주로 확대하는 안건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2대 주주인 쉰들러(21.48%)는 "주식발행 한도 증대와 이에 따른 추가 유상증자는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표를 던졌지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최대주주 측 표에 밀렸다. 이번 결정으로 현대엘리베이터는 해외사업 진출에 필요한 자금 마련이 한층 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발행주식 수 확대를 통한 자본확충은 회사채 발행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엔씨소프트 주총에서는 경영참여를 요구해 김택진 대표와 갈등을 빚어온 1대 주주인 넥슨이 김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찬성표를 던져 대립이 격화되지는 않았다. 당초 넥슨이 자사 측 이사 선임과 김 대표 부인인 윤 사장을 겨냥해 비상임 이사 보수 공개를 요구하며 영향력 행사에 나설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넥슨을 대표해 주총에 참가한 김정욱 전무는 "넷마블게임즈 투자가 어떤 절차를 통해 된 것인지 자료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할 뿐 "김택진 대표의 재신임에는 찬성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엔씨소프트 4대주주(6.88%)인 국민연금도 "넷마블과의 협업을 긍정적으로 본다"며 엔씨 측을 지지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이 △넷마블과의 상호 지분거래 △윤송이 부사장의 사장 승진 등에 이의를 제기하며 김 대표의 재선임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지며 평소 30분가량 소요되던 주총은 1시간 30분으로 3배 가까이 길어졌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기업들은 무배당을 결정했다. KT(030200)는 지난해 7,195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 적자 전환함에 따라 배당 안건을 주총에 부치지 않았다. KT의 무배당은 2002년 민영화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2조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낸 현대중공업(009540)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사상 최다인 810개 상장사가 이날 주총을 열었지만 주목할 만한 이변은 생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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