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동 국세청장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국세청장은 세금(내국세) 징수를 총지휘하는 사령관이다. 이른바 '나라 곳간지기'다. 그런데 나라 안팎의 상황이 너무할 정도로 이 청장을 괴롭히고 있다.
당장 오는 4월 총선, 12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묻지마식 복지정책을 마구 쏟아내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곳간이 축나는 것이 눈에 훤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곳간을 채울 돈도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대로 떨어지고 기업실적과 내수소비도 덩달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법인세야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한 것들이 많아 다행이지만 부가가치세는 구멍이 숭숭 날 수밖에 없다. 곳간을 채워야 할 세금징수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데 곳간에서 나가는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진퇴양난에 내몰린 형국이다.
그래도 곳간지기가 포기할 수는 없다. 국세청장은 어떤 상황에서든 곳간의 식량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이 청장은 요즘 머리를 싸매고 있다. 20일 아르헨티나 출장에서 돌아와 설 연휴가 끝나고 얼마 되지 않은 다음달 6일 전국 세무서장급 이상 국세청 간부들을 서울 본청으로 불러들인다. 올해 첫 전국세무관서장회의를 열기 위해서인데, 실무진은 벌써부터 회의준비에 나서는 등 이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긴장감이 배어난다. 국세청 고위관계자는 "이 청장은 이번 회의에서 올해 국세행정 운영방향과 세부 실천과제를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며 "최우선순위를 '세수확보'에 두고 직접 세부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올해 세입예산은 192조6,000억원으로 지난해(175조1,000억원)보다 9%나 늘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경기둔화에도 지난해 대기업들이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징수실적은 180조원에 달해 세입예산을 넘어섰다"며 "하지만 올해는 경기둔화가 본격화하면서 기업실적 악화, 민간소비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세수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올해 양대 선거를 앞두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복지예산이 국가재정을 압박하고 있어 나라 곳간을 채워야 하는 국세청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발등의 불로 떨어진 세수확보를 위해 이 청장은 해외 역외탈세와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에 초점을 맞추고 돋보기 세정을 전개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역외탈세 특수활동비를 20억원 추가로 확보하고 기업들이 역외시장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탈세에 나서거나 비자금을 조성하는 행위를 집중 조사하기로 했다. 또 상대적으로 세금부담이 작았던 주식ㆍ부동산 부자를 면밀하게 관리하고 특히 탈세혐의가 있을 경우 이들의 존비속은 물론 친인척이 경영하는 사업체 재산내역도 조사하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부를 유출하는 역외탈세 행위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 분야를 중점 관리할 것"이라며 "특수활동비가 증액된 만큼 소기의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물망 세금징수를 위해 조직개편도 단행한다. 국세청은 인천ㆍ경기북부 지역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중부국세청 조사4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부청 조사4국은 인천에 별도의 사무실을 두고 이 지역 기업체를 중심으로 세무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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