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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 "판결문, 이게 대체 무슨 말이오"
입력2006-03-03 07:14:00
수정
2006.03.03 07:14:00
난해한 판결문 비판… 쉬운 우리말·순화된 용어 사용 주장
"판결문은 결국 읽기 위한 것입니다. 읽기 쉬운 판결문을 쓰지 않으면 아무리 명문장이라도 당사자를 설득시킬 수 없습니다"
현직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난해하고 정형화된 기존 판결문 작성 방식을 비판하면서 일반 국민이 법관의 주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판결문을 쓰자는 논문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이원범(李源範.사법연수원 30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법조계 전문지인 `법률신문'에 최근 기고한 `민사판결서 작성방식의 현황과 개선 방향'이라는 소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종래 판결서는 `법관의 분신', `법관의 전인격적 표현'으로 일컬어졌지만 쟁점이 표류된 채 형식적 변론을 거쳐 작성된 판결문은 아무리 명문이라도 당사자를 설득시킬 수 없다"며 장황한 문체와 어려운 용어 일색의 판결문 작성 관행의 개선을역설했다.
그는 일상적인 우리말과 순화된 용어 사용을 쉬운 판결문 작성의 첫번째 비결로꼽았다.
민사소송법의 경우 2002년 법 개정으로 상당한 수준의 용어 순화가 이뤄진 만큼 판결문에도 개정법의 용어를 사용하는 게 낫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예를 들어 `사위'는 `거짓', `쌍방'은 `양쪽', `저촉되다'는 `어긋나다', `첨부하다'는 `붙이다', `판단 유탈'은 `판단 누락' 등으로 쓰는 게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 부장판사는 법령상 용어 변경이 없었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상용어를 쓰는 게 가독성(可讀性)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일례로 `기왕증'은 `과거의 병력', `이유없다'는 `인정할 수 없다', `완제일'은 `다 갚는 날', `해태'는 `제때에 하지 않음' 등으로 쉽게 풀어쓸 수 있다.
일본식 표현인 `∼라고 할 것이다'는 `∼이다'로, `∼에 있어서'는 `∼에서'로,`∼함에 있어'는 `∼하면서'로, `∼함이 없이'는 `∼하지 않고'로 쓰면 된다.
읽기 쉬운 판결문을 쓰는 두 번째 요령은 짧은 문장 쓰기와 단락 나누기라고 이부장판사는 강조했다.
그는 "복문을 사용하더라도 주어와 서술어가 2개를 넘지 않도록 한 문장을 구성하고 인정사실을 열거할 때 `∼라는 사실, ∼라는 사실'처럼 장문식 나열이나 `∼하고, ∼하며'의 문장연결은 피하고 단문으로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내용이 너무 길어지면 결론부터 밝히는 두괄식 구성을 활용하자는 제안도 했다.
이밖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살피건대' 같은 관용적 문구는 과감히 생략해간결ㆍ명료한 표현을 쓰고 의미전달 기능을 상실한 `소외(訴外)'나 `연대해' 등의용어는 대체용어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법원은 판결문 작성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법관이나 국민 모두에게 현실성 있게 다가서지 못했다"며 "읽기 쉬운 판결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법의 최종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 대한 배려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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