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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銀토착경영 ‘눈에띄네’

“한국 금융시장에 뿌리 내리자” 사회봉사 활동등 적극<BR>외국인 경영진 한국어 배우기는 기본<BR>직원 사기진작·노사화합 경영도 최선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이 지난 4월17일 경기도 신갈 외환은행 연수원에서 열린 ‘직원단합대회’ 에서 여직원을 무등 태우고 기마전을 벌이고 있다. 웨커 행장은‘조직을 위해서는 경영진의 희생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스스로 말을 자청했다고 한다.

외국계 은행들이 한국 금융시장에 토착경영의 뿌리를 내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외국인 대주주에 대한 한국인들의 거리감을 불식시키고 보다 친근하게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외국은행들은 사회봉사 활동, 문화 마케팅 등 각종 사회환원 운동에 국내 은행만큼이나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계 은행들의 현지 토착화 경영은 사회공헌 활동에서 가장 잘 나타나고 있다. 외환은행은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올 상반기 중 ‘KEB재단(가칭)’을 설립할 예정이다.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과 경영진은 최근 서울역을 방문, 노숙자들에게 직접 배식을 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사회공헌 활동 비용을 지난해 35만달러에서 올해에는 100만달러로 대폭 늘리고 지역사회를 위한 금융교육과 여성ㆍ청소년 교육 등 장기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제일은행도 직원 월급에서 일정금액을 기부금으로 떼어내 지원하는 ‘한사랑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제일은행을 인수한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은 과거 대주주였던 뉴브리지캐피탈과는 다른 전략적 투자가이며 한국시장에서 토착경영을 적극적으로 실행해나가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존 필메리디스 제일은행장은 “제일은행은 한국사회의 성실한 일원으로서 단순히 기부에 그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임원들의 한국 배우기도 현지 토착화 정책의 일환이다. 영어를 공통언어로 사용해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지만 대외적인 이미지나 직원들간의 화합을 위해 가급적이면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국인 경영자들의 우리말 배우기는 직원의 사기진작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머빈 데이비스 SCB 회장은 필메리디스 제일은행장의 취임식에서 축사를 통해 “여러분, 스탠다드차타드의 가족이 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며 우리말 인사를 건넸다. 필메리디스 행장도 “제일은행과 SCB간 통합의 성패는 원활한 의사소통 여부에 달렸다”며 “경영진과 직원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웨커 행장은 매일 1~2시간씩 우리말 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웨커 행장은 한국에 온 지 2년째로 가족들도 전부 한국에 있다”며 “평상시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한국적인 정서에 부합하는 행동을 많이 해 직원들도 놀라곤 한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들은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노사화합 경영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제일은행 노조간부 등 임직원들은 최근 일주일간 홍콩에 머물면서 SCB 아시아 지역 본부의 고위급 인사와 국내 시장에서의 사업계획과 제일은행의 중장기적 발전방향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한국씨티은행도 최근 하영구 행장과 박찬근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시내 모 음식점에서 회합을 갖고 향후 은행의 발전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외국계 자본의 투자행위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 은행들이 한국사회와 더불어 호흡하고 토착화ㆍ현지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금융산업의 현지화와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외국계 자본의 바람직한 역할모델로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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