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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장 개설 기피·환율폭등 “무역금융시스템 마비”
입력1997-12-24 00:00:00
수정
1997.12.24 00:00:00
고진갑 기자
◎‘경제젖줄’ 수출입 고사위기/대기업도 네고 건별 심사/원유 등 원자재 수입 애로/수출품 생산 중단·계약 취소/일부, 일에 수출대행 의뢰우리 수출입이 금융시스템의 마비와 환율급등에 따라 최악의 위기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내 외국환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 충족을 이유로 수출환어음 매입과 신용장 개설을 전면 기피하면서 무역업체들의 수출관련 금융시스템이 사실상 마비상태다. 여기에 환율이 2천원대로 폭등하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고 원유, 액화석유가스(LPG), 나프타, 고철 등 주요 원자재들의 수입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수출상품 생산이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가 눈앞에 다가와 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와 무역관련 업체들은 외국환은행들이 일부 종합상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무역업체의 수출입신용장 매입을 전면 중단하거나 극히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따라 무역업체들은 유례없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당장 연말수출목표 달성에 큰 차질이 불가피한 상태다.
무협 관계자는 『수출대금 결제는 물론 기존 계약분에 대한 신용장 개설이 지연되는데다 바이어측의 일방적인 거래취소도 잇따르고 있어 연말수출목표 달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덤핑수출과 일본 종합상사들에 수출계약건을 넘기는 사례가 빈발하는 등 각종 폐단도 속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네고난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면서 『장기적으로 수출거래선의 상당수를 뺏길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당장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일본 종합상사를 통해 수출대행을 의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고난 얼마나 심각한가=대부분의 외국환은행들이 외상수출입방식인 유전스신용장, 선적서류인수조건부환어음(D/A), 선적서류지급조건부환어음(D/P)방식의 네고를 거의 중단했으며 일람불 신용장(At Sight)마저도 건별로 심사하거나 5만∼50만달러 이상은 통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 현대종합상사, ㈜대우 등 국내 7대 종합상사와 포항제철, 현대자동차, 대우자동차, 삼성전자 등 대형 수출업체까지도 외상수출은 물론 일람불 수출마저 차질을 빚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최대 수출창구인 종합상사들도 주거래은행에서 네고를 받기가 힘든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여기에다 내국신용장과 수입신용장 개설도 쉽지않아 원자재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요 원자재 수급난=수출 제품생산에 필수적인 원유의 경우 내년 1월말이면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정유업계는 수입신용장 개설이 힘들어 원유 수입의 상당부분을 현금결제하고 있다. 하지만 산유국들이 현금결제비율을 계속 높게 요구, 원유수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LPG도 수입신용장 개설이 전면 중단돼 내년 1월부터는 수급에 큰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철 및 나프타 등도 내년 1월중에는 재고물량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는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내년 1월말부터는 공장가동을 중단하거나 가동을 단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비철금속업계도 원자재 구득난과 가격인상으로 부분적인 조업단축이 우려되고 있으며 철강업계도 고철 등 원자재가격인상과 구득난으로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앞으로의 수출전망=당장 연말까지 수출도 차질이 예상된다.
업계는 환율상승으로 1백30억∼1백40억달러로 잡았던 12월 수출 가운데 적어도 10억∼30억달러 가까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업계는 내년에는 수출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있다.
◇부작용은 무엇인가=심각한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출혈 덤핑수출을 불사하면서 가격질서가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또 일본 종합상사들에 수출대행을 의뢰하는 폐단이 잇따르면서 수출마저 종속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업계가 당장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같은 상황이 장기적으로 수출기반 전체를 뒤흔들어 놓을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업체들이 덤핑수출이나 일본 종합상사를 통해 수출을 하고 있는 것은 현재로선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를 통해 연말까지 부도가 나지않고 살아남더라도 최근의 금융위기로 인해 무너지고 있는 수출기반을 다시 되살리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고진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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