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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과 농협이 대한불교 조계종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조계종의 주거래은행 자리를 놓고 양측이 자존심을 건 대결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도전장을 내민 것은 국민은행이었다.
조계종은 지난 2005년 이후부터 사실상 농협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그러던 중 독실한 불자인 민병덕 국민은행장이 불교계 인맥과 친분을 동원해 지난해 10월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과 'KB주거래은행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현재까지 조계종 산하 전국 2,000여곳의 사찰 중 10%에 해당되는 200여곳과 금융거래를 시작한 상태다. 국민은행은 올해 말까지 조계종 대부분의 사찰과 주거래 영업점화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사찰의 예금 및 대출은 물론 신자들에 대한 개인영업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에 농협은행이 발끈하고 나섰다.
농협은 3월 금융지주로 분리된 후 공격적인 여수신 확대에 나서고 있다. 때문에 연간 400억원 규모의 대출거래를 하는 조계종은 절대 놓칠 수 없는 주요 고객이다.
농협은행은 신충식 농협금융지주 회장까지 직접 나서 조계종 마음 돌려세우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농협은 10일 신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조계종 총무원에서 상호협력 강화를 위한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금융지원을 비롯해 문화재보호나 사회공헌활동 등 공익적인 측면에서도 협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내용이지만 이 협약의 핵심은 '대환대출'이다.
농협이 조계종 산하 사찰에게 제공하는 5~6%대 대출을 4%대 저리로 대환대출 해주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조계종이 먼저 농협 측에 일종의 딜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계종을 둘러싸고 농협과 국민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조계종이 실리를 취한 셈이다.
농협 측은 "이번 협약은 지난해 말부터 조계종과 논의가 됐던 것이며 국민은행을 의식한 조치는 아니다"고 강조하며 "농협의 경우 전국 곳곳에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고 기존부터 조계종 산하 사찰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주거래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이번 대환대출을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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