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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생명] "정상화후에 매각유리" 판단
입력1999-06-02 00:00:00
수정
1999.06.02 00:00:00
우승호 기자
- 대한생명 처리방향 선회 배경 -「좋은 가격과 명분」
대한생명 매각을 주관하고 있는 금융감독위원회는 오는 7일 마감되는 2차 입찰에서 어떤 투자자든 이 딜레마를 풀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헌재(李憲宰) 금감위원장이 LG그룹의 대한생명 인수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오르던 LG그룹은 사실상 입찰에서 배제됐다. 물론 LG는 외국계 생보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2차입찰에 참여할 방침이지만 이 방안이 금융당국에 의해 받아들여질 지는 극히 불투명한 상태다.
이 와중에 한화-리젠트 컨소시엄이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구조조정의 모범기업으로 김승연 회장이 직접 생명보험사 진출을 선언한 데 이어 영국계 투자기관인 리젠트 펴시픽그룹도 짐 멜런 회장이 찾아와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대한생명 입찰을 밝힌 바 있다. 한화그룹은 최근 리젠트그룹을 찾아가 만나 제휴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믿을만한 대표주자가 없다=2차 입찰때는 1차 입찰때 보다 인수의사를 표명하는 투자자가 많다. 그러나 메트로폴리탄생명과 악사는 아직까지 2차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등 외국계 대형 보험사의 입질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일단 한화그룹은 5대 재벌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부채비율 200%만 지키면 생명보험업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외국계 생보사와의 합작을 추진할때 경영권을 넘기겠다는 입장이다.
이경우 금융당국도 굳이 마다할 명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합작을 성사시키면 정부의 공적자금 부담도 줄어들고 외국계 생보사를 진출시켜국내 생보산업의 선진화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영국의 리젠트 퍼시픽 그룹과 미국의 파나콤사는 부실기업을 인수해 정상화시킨뒤 되파는 벌처 펀드 성격이 강해 단독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현 상황으로는 최근 김승연(金昇淵) 회장이 직접 대한생명 인수의사를 천명한 한화그룹과 짐 멜런 회장이 인수의사를 표명하고 컨소시엄 구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리젠트 그룹 컨소시엄이 가장 유력한 후보인 셈이다.
◆안팔려도 걱정없다=대한생명 영업을 잘하고 있다.
그러나 2차입찰이 유찰될 경우 「선 정상화 후 매각」이라는 수순을 밟는다는 게 금융당국의 복안. 대한생명은 제일은행과 달리 유동성이 부족한 상태가 아니라는 점에서 실현가능한 방안이다. 실제로 대한생명은 대내외적인 어려움속에서도 영업을 잘하고 있다. 지난 5월말 신규 보험수입이 133억원으로 4월말의 130억원보다 3억원이 늘었다. 또 기존의 보험료 수입도 5월말의 3,927억원에서 3,914억원으로 11억원이 증가했다. 그래서 총 수입보험료도 4,817억원으로 170억원이 늘었다.
또 기업대출이 주된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거래기업이 신규대출을 받지 못해 도산할 우려도 없다. 보험계약을 대량으로 해약하는 일만 없다면 정부가 굳이 서둘러 팔 필요가 없다.
때문에 정부는 제일은행처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 뒤 대규모 공적자금을 긴급수혈할 이유가 없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값을 받고 팔 계획이다.
설사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정부가 관리해도 다른 해도 다른 부실생보사와 달리 지급여력비율을 맞추기 위한 대규모공적자금 투입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LG가 왜 배제됐나= 정부가 내세운 기업구조조정의 5대 원칙중 가장중요한 것은 연말 부채비율 200% 달성과 핵심역량 사업을 위주로 한 계열사 재편이다.
LG그룹은 그동안 금융부문을 핵심역량 사업의 하나로 정하고 대한생명 인수에열을 올렸으나 자금조달이 문제였다. LG의 현실적인 자금줄은 현대와의 반도체 빅딜과 일부 계열사 매각 대금이다.
그러나 LG는 2조5,000억원에 달하는 반도체 매각 대금을 전자와 정보통신 계열사의 재무구조 개선과 신기술 개발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는 LG가 자금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대한생명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은 5대 그룹 구조조정의 대원칙에 어긋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여진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1일 한 일간지와의 회견에서 『기업들이 외자유치를 하거나 계열사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LG가 1차 입찰때 미국 메트로폴리탄생명이나 프랑스 악사(AXA)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대한생명 인수 가격을 낮게 써내 정부의 불신을 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승호 기자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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