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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자업자득
입력2003-08-12 00:00:00
수정
2003.08.12 00:00:00
“기업체들을 중심으로 연월차를 이용한 `기형적인 주5일 근무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정부 입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휴가ㆍ휴일제의 손질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내년부터 임단협 과정에서 엄청난 사회적 혼란이 우려됩니다.”
주5일 근무제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해 하반기 노동부의 한 국장이 재계의 결단을 촉구하며 한 말이다.
노동부의 예상대로 주5일 근무제 정부 입법이 지연되면서 올해 산업현장은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임단협 지연에 반발, 노조가 40여일간 파업을 벌이면서 직접적인 생산 차질만 1조3,800억원이 넘었다. 지난 5일 가까스로 타결은 됐지만 현대차의 노사합의 결과를 보면 연월차를 비롯한 유급휴일은 전혀 줄지 않는 등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안보다 재계에 상당히 불리하게 돼 있다.
기아자동차 노조도 현대차 수준의 주5일 근무제를 요구하며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 이 같은 주5일 근무제는 다른 사업장에도 도미노처럼 확산될 여지가 크다.
이처럼 국제기준에도 맞지 않는 `기형적인` 주5일 근무제가 임단협을 통해 산업현장에서 확산되는 것은 재계의 책임이 크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정부가 입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재계는 “정부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는 바람에 국회는 정부안을 심의조차 하지 못하고 해를 넘기고 말았다. 당시 정부는 “이번이 휴가ㆍ휴일제를 국제수준에 맞춰 고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입법이 지연되면 내년 임단협 과정에서 혼란이 우려된다”고 간곡하게 설득했지만 재계는 주휴 무급화와 임금보전 방식, 시행시기 등 모든 쟁점의 문구 하나하나에까지 매달리다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이때 재계가 `통 큰` 협상을 벌였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입법은 되지 못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재계로 돌아오고 있다. 재계가 자기 발등을 찍은 셈이다. 재계가 뒤늦게 정부안대로 입법을 수용하겠다고 나섰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임단협을 통해 현대차 방식의 주5일 근무제가 산업현장에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주5일 근무제는 이제 대세다. 다만 어떤 내용으로 실시할 것인가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재계는 더 이상 작은 것에 집착하다 더 큰 손해를 보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재계는 이제부터라도 `나무를 보기보다는 숲을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오철수(사회부 차장)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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