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터넷 포탈업체 구글(Google)이 자랑하는 오컷(Orkut)사이트. 전체 가입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남미사람들인 이 사이트는 자칫 세상에 태어나지 못할뻔 했다. 당시 익명의 다수와 연결되는 네트워킹의 파괴력에 주목했던 구글은 기존에 상당한 시장을 장악했던 프렌스터(Friendster.com)을 인수하려했으나 터키 출신 오컷 바여콕텐(Orkut Buyukkokten)의 창의력을 믿고 M&A전략 대신 자체 개발로 선회해 세계적인 히트작을 만들어 냈다. 인재전쟁은 누가 더 많은 슈퍼 브레인을 육성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핵심인재 1명이 수천, 수만명을 먹여살린다”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말은 이미 인재경영의 상식으로 통한다. ‘연공서열’, ‘순혈주의’는 옛말. 여물지 않은 인재를 발굴해 어떻게 슈퍼 브렌인으로 키우느냐에 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 ◇슈퍼맨은 만들어진다=지난해 1월9일 이건희 회장의 생일잔치가 열린 신라호텔 영빈관. 쭈빗쭈빗하게 뒤에서 칵테일잔을 기울이던 한 CEO에게 이 회장은 “이** 사장 회사 경영은 잘 하면서 왜 뒤에만 서 있는 거야. 이리와”이건희 회장의 이 한 마디는 그는 적어도 삼성그룹내에서 주목받는 위치로 올라섰다. 또 한명의 스타 CEO 탄생 가능성이 싹을 틔우는 순간이었다. 기업 인재양성의 핵심은 신뢰이다. 지난해 삼성종합기술원의 수장을 맡게 된 임형규 원장 역시 ‘슈퍼맨 DNA는 육성된다’는 살아있는 증거다. 지난 76년 삼성그룹 반도체부문(현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곧 바로 2년 과정의 한국과학기술원 석사과정을 밟았으며, 이후 다시 3년간 플로리다대학에서 박사코스를 이수했다. 임 원장은 ‘될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처럼 삼성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핵심임원으로 성장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삼성전자에서 메모리 개발사업 총괄 부사장과 시스템 LSI사업부장 겸 사장, 전사 CTO 등을 거치며 반도체 철옹성’ 삼성전자를 만들었다. LG그룹 첫 여성임원인 조은숙 LG전자 상무도 LG가 장기간 공들여 인재이다. 그녀에게 그룹이 투여한 기간은 무려 19년. 강산이 두번 바뀔 정도의 오랜 기간동안 LG가 보냈던 신뢰가 유럽형 3세대 방식의 WCDMA 휴대전화개발이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김진경 LG전자 책임연구원 역시 LG가 뽑는 슈퍼맨 DNA를 가진 인재. 카이스트 산학장학생으로 선발된 김 책임연구원은 USC(남가주대학)에서 위탁교육을 받은 후 실리콘밸리에서 인턴생활을 거쳐 LG로 돌아와 세계 최초로 DMB 시스템온칩(SoC)을 개발했다.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1등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한다’는 구본무 LG회장의 인재철학이 LG의 미래를 이끄는 슈퍼맨들을 만들고 있다. ◇실패도 슈퍼맨 DNA의 하나= 핵심인재 양성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 실패를 통한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다. 지난 93~94년. 이기태 당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이사는 쏟아지는 불량품으로 극도의 좌절에 빠져 있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은 일류만이 살아남는다는 신경영을 선포한 상황이어서 품질관리에 실패한 그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경이었다. 그에게 이 회장은 “다시 한번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때 나타난 것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휴대폰 대량 소각 사건’. 이기태 사장은 제2의 도전을 통해 ‘애니콜 신화’를 탄생시켰고, 삼성을 글로벌 브랜드로 만드는 일등 공신이 됐다. 삼성의 인재육성 전략을 글로벌 기업들조차도 벤치 마킹하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실패를 통해 핵심인재를 더 강하게 키워 나가는 것이다. 실패를 거울삼아 창조성을 발휘해 천재로 거듭나는 인재가 삼성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총칼 아닌 사람의 머리로 싸우는 두뇌전쟁 시대에는 결국 뛰어난 인재, 창조적 인재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나 실패는 소중한 경험이나 자산”이라고 강조한다. ◇시스템인사로 슈퍼맨을 키운다=파격 승진 인사에 대해 아직도 부담을 갖는 기업문화가 남아있다. 경험상 고속 승진한 스타급 임원은 ‘반짝’하고 금새 시들어지곤 했기 때문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들도 이제는 한번 확보한 인재는 끝까지 육성시키는 체계적인 인적 자원관리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핵심인재를 최상위급 두뇌인 S등급, 중간 간부급 인재인 A등급, 미래 인재로의 성장 잠재력이 큰 H등급의 3단계로 분류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이들 인재 리스트는 매년 3월마다 갱신되기 때문에 회사의 핵심인재로 남기 위해선 당사자들은 끊임 없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또 이렇게 키운 인재들이 회사를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리텐션 제도’를 지난해부터 도입, 총 9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핵심 인재들의 일탈방지를 실시하고 있다. LG그룹의 경우 실무자에서부터 고위급 임원을 아우르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상시적인 인재 육성체제를 가동시키고 있다. 특히 임원들에 대해선 마케팅이나 전략적 제휴, 마케팅, 신규사업 전략 등의 과목중 매년 1개 과정을 이수해야 하는 ‘사업가 육성교육(EnDP)’을 실시한다. 또 상무급 임원중 계열사별 최고경영자(CEO)의 추천을 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프랑스와 런던, 일본의 유명 비즈니스스쿨과 연계해 ‘국제경영실무과정((International Masters Program in Practice Management)’을 실시한다. /특별취재팀정상범차장(팀장)·이규진·김현수·김홍길·김상용기자 ss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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