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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노조결성권 인정' 자세로 종업원과 대화를

이사회가 시작됐다. 첨단산업 전문리서치회사인 웰링턴어소시에츠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제인웰링턴도 착석했다. 회의의제를 꺼내보려는 순간 인사담당중역 엘빈퀴색이 입을 열었다. 『회의주제가 아닌것은 알고 있지만 들으셔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평소 침착한 편인 퀴색의 얼굴표정은 사태가 심각함을 말해주고 있었다. 웰링턴을 물었다. 『뭐죠』 『두어시간전에 들은 이야깁니다. 솔직히 말해 사무노동자연맹(UOWU)가 우리직원들을 상대로 노조설립공작을 시작했습니다』 『그게 뭐가 문제죠』 중역인 닐 훼튼이 말을 가로막았다. 『퀴색이사는 심각하게 말했지만 우린 업계에서 최고의 봉급과 복지후생제도를 갖고 있어요』 퀴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연구원들이 아니라 사무직원들이예요』 『뭐라구요』 뉴미디어리서치 그룹 담당사장인 일레인 벨로즈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모든 사람들이 놀라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웰링턴회장 자신도 놀랐다. 이런 일이 생기다니. 20년전 회사를 창업할 당시엔 직원이 30여명정도였고 자신이 직접 직원들을 채용했다. 지금은 인사관리부서가 따로 있고 200여명이상의 직원이 1,000명의 고객들을 위해 첨단기술의 발전방향을 분석·전망해 준다. 그녀 자신이 이제는 직원들의 팽배한 불만을 느끼지 못했던 탓일까. 웰링턴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벨로즈가 발언을 계속하고 있었다. 『안될걸요. 우리회사는 제철소가 아니라 전문가집단입니다』나이 27세에 회사사상 최연소 이사가 된 벨로즈는 추진력이 있지만 다소 부작용도 일으키는 스타일. 퀴색이 반박했다. 『글쎄요. 연맹을 불러온 걸 주목해야 합니다. 사무직원들의 불만이 팽배해요』 『잘라버리지 뭐』 훼튼이 말했다. 『진심입니까. 그건 법위반이 될 겁니다. 회사이미지가 나빠지는 문제는 차치하고』 『다른 문제를 논의해 봅시다』 웰링턴이 입을 열었다. 『사실 충격적입니다. 우리의 현실적인 대안은 뭡니까』 그녀는 회의실을 둘러 보았다. 『걔들은 불평불만분자예요』 훼튼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는 최고대우를 해주고 있어요. 출퇴근시간도 자유롭고 의료보험도 좋아요. 휴가도 넉넉하고. 게다가 회사이미지도 좋아요. 이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여길 그만두고 이력서에 웰링턴사 근무경력을 꼭 적습니다. 이 업종에선 중요한 거죠』 웰링턴이 인상을 찌푸렸다. 『닐의 말이 맞긴 해요. 하지만 지금 중요한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요. 퀴색씨. 현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겁니까. 누구한테 이 얘기를 들었어요』 퀴색은 잠시 머뭇거렸다. 『우선 사과드리고 싶군요. 여기온지 2년가까이 돼 이런 사태를 예측했어야 했는데. 제책임입니다』 본론에 빨리 들어가라는 듯 웰링턴이 손을 흔들었다. 퀴색의 말이 어어졌다. 『두번째로 오늘 아침 들은 이야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신분을 노출하지 않는 조건으로 제 직원 한명으로부터 들은 겁니다. 훼튼이사가 중요한 얘기를 하긴 했지만 제가 들은 바로 판단해 볼때 직원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우선 계급구조입니다. 우리회사는 회사자산이라고 생각되는 전문인력들에 각종 혜택을 아끼지 않고 있죠. 그들은 사실 받는만큼 하고 있어요 그러나 일반 사무직원들에 대해선 그렇지 않아요. 초봉은 괜찮지만 잘 올려주질 않고 있어요. 봉급인상률이 5%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2~3%가 고작이예요. 자유출퇴근 시간도 사무직원들에겐 거의 해당되지 않는 얘기예요. 나한테 얘기했던 사람도 사무직원의 경우 전화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그래요. 관리직들은 연구원들의 출최근시간에 맞춰야 하는 거죠. 게다가 연구원들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지만 사무직원들은 달라요. 집에서 복사나 서류정리를 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게 문제죠. 우리는 자유출퇴근시간제를 자랑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건 아니예요』 『복지제도도 그래요. 차별이 있어요. 회사측은 일정비율만을 부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이 방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봉급의 6%이상을 의료보험비로 내는 경우가 없어요. 하지만 우리보다 바로 아랫사람들은 봉급액의 15%를, 그리고 사무직원들은 20%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봉급봉투가 작아지는 거죠. 탁아소도 이용하는 직원이 거의 없어요. 비싼 탓이죠』 퀴색이 말을 멈추고 회의실을 돌아보니 윌링턴은 고민스런 모습이었고 훼튼은 화난 표정이었다. 『계속하세요』 웰링텅이 지시했다. 『휴가제도도 그래요. 간부직원일 경우 최소 3주간의 연차와 무한정의 임시휴가를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사무직원의 경우 5년이상 근무해야 3주휴가를 얻을 수 있고 병가(病暇)도 결재를 받아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웰링턴이 언성을 높였다. 『우리는 복리후생제도에 대해 많은 공을 들였고 최고수준이라고 그랬잖아요』 『그렇습니다. 지금까지는 문제가 없었어요. 저도 오늘 아침에서야 우리회사의 방침이 얼마나 많은 불만을 야기했는지를 알게 됐어요. 하지만 봉급수준이나 복리후생제도 근무시간제도등이 문제의 본질이라고는 생각치 않아요. 문제의 본질은 자존심입니다』 이순간 몇몇 임원들이 한숨을 지었다. 퀴색의 말이 이어졌다. 『제말은 우리들이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회사는 일반직원들에게 그만둬도 아쉬울 게 없다는 인상을 주고 있어요. 일반사무직원들의 정서가 존중되지 않고 있고 장기근속직원들이 대우를 못받고 있어요』 『오늘 아침 제가 문뜩 떠올린 사실은 내부승진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었어요. 「인터랙티브 테크」부문은 에드 믹스너가 없으면 안 굴러간다는 건 모두 알고 있잖아요. 그사람을 연구원으로 발탁할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요』 『엘빈, 특정인이 거론대상은 아니잖아요』 벨로즈가 가로막았다. 인터랙티브는 그녀의 소관. 『믹스너는 연구원이 될 자격이 없어요』 『죄송합니다』 퀴색이 말을 받았다. 『특정인을 거론할 의도는 없었어요. 그냥 강조하려고 그런 겁니다. 일반직원들에 대해선 공부할 기회를 거의 안주고 있다는 거죠. 연구원들은 회사돈으로 각종 심포지엄 세미나 워크숍 등에 마음대로 참가할 수 있지만 일반사무직원들은 B학점 이상을 따는 경우에 한해 회사가 사후정산을 해주는 데다 낮에 학교를 갈수 없게 돼 있거든요. 그동안 너무 생각없이 운용해 온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엔 잘돼 있는 편이지만 문제는 연구원들과 비교해 볼 때죠. 이경우 매우 초라하게 느껴지는 거죠』 『세상에. 걔들은 비서들에 불과해요』벨로즈가 화가 난 듯 언성을 높였다. 『나도 비서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어요』 웰링턴이 나직하게 반박했다. 『내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직장상사의 업무에 대해 내일처럼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이었어요. 그러자 보스는 나한테 업계지를 보라고 주었고 고객들에게 소개를 해주기 시작하더군요. 나중엔 공부를 계속해보라고 권유하기도 했었죠』 『무슨 공부를 하셨드라』 회사창림멤버인 훼튼이 기억을 되살리려는 듯 물었다. 『좋아요』 웰링턴이 말을 끊었다. 『오늘 논의해야 할 일은 많은 반면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은 것 같군요. 엔빈, 종업원들이 총회에서 찬반투표를 하기로 돼 있나요. 이경우 연맹측이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요』 퀴색이 서류철을 뒤적인 뒤 고개를 들었다. 『날짜가 잡혀 있지는 않지만 노조결성 쪽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친구들은 연맹의 미래가 화이트칼라노조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회사가 딱 떨어지는 대상이죠. 상당한 자금을 투입할 것 같아요』 『우리도 돈으로 막으면 돼요』 훼튼이 덧붙였다. 『직원들을 직접 만나 생각을 들어봐야 할 것 같군요』웰링턴이 말했다. 『회장님, 그건 안돼요. 변호사들에게 맡겨야 됩니다』벨로즈가 나섰다. 웰링턴이 말을 이었다.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기 위해 말이 통할 직원을 접촉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엔 퀴색이 말을 끊었다. 『벨로즈사장이 맞아요. 겁나네요. 우선 변호사를 불러야 합니다』 『변호사를 부를 경우 문제만 복잡해져요』웰링턴이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당혹스럽네요. 상당히 화가 나긴 해요. 왜 이직원들이 나한테 와서 불만을 얘기하지 않았는지. 내 비서조차도 얘기해 주지 않았어요. 왜 그랬을까』 웰링턴회장은 자신의 목소리가 높아짐을 감지할 수 있었다. 목청을 가다듬고 말을 계속했다. 『문제는 생겼는데 해결방안은 전혀 없는 것처럼 느껴지네요. 회사방침이 불평등하지 않으면 저는 언제든지 들을 자세가 돼 있어요. 우리회사는 노조가 꼭 있어야 할 회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들과 직원들간에 거리감이 생긴 건 가요』 웰링턴 회장은 회의실을 둘러보며 큰 소리로 물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뭐죠』【번역= 최성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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