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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의 여행칼럼] 크리스마스 부활한 쿠바

얼마전 쿠바공산당은 12월 25일을 공휴일로 정한다는 설명을 발표했고, 이로써 크리스마스가 29년만에 부활하게 됐다. 그러니까 쿠바에서 성탄절이 사라진 것은 지난 69년, 당시 정부는 사탕수수 수확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크리스마스에도 일을 하게했는데, 지난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문을 앞두고 특별조치로 성탄절을 휴일로 선포했다. 그 이후 가톨릭계에서는 성탄절의 영구휴일을 요구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진 것이다.크리스마스가 부활한 쿠바의 소식을 접하며 필자는 쿠바를 여행하던 때가 생각났다. 사실 필자도 쿠바 하면 사회주의·장기집권·난민탈출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올라 여행을 망설였었다. 그러다 그곳도 어차피 사람사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여행을 시작했는데, 긴장감이나 불안감은 커녕 한가하고 평화스럽기까지 한 분위기에 오히려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또한 몇 안되는 친북한 국가로 우리와는 소원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호텔 객실에 비치된 우리나라 TV와 냉장고등을 보고는 우리를 가까이서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쿠바는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의 무대로 맑고 짙푸른 카리브해와 야자수, 신선한 대지가 참으로 매력적인 곳이다. 수천년된 유적이나 현대문명의 각종 산물이 집중돼있지는 않지만 수도 아바나를 비롯해 바라데로·산티아고·데쿠바 등 많은 도시가 있는 그대로 무공해 휴양지이다. 400여년간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쿠바는 1901년부터 60여년간 미국의 지배하에 있다가 사회주의국가가 되었다. 수도 아바나는 바로 이러한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데, 혁명이니 긴장감 등은 느껴지지 않는다. 정치성짙은 건물도 혁명기념관 한곳뿐이고, 어쩌다 눈에 띄는 레닌의 광고간판만이 사회주의 국가임을 알려주고 있다. 건물들은 장중하고 화려한 스페인풍이거나 사회주의적 콘크리트 건물 둘 중의 하나로 기묘한 부조화를 이룬다. 헤밍웨이가 자주 찾았다는 레스토랑 라테라자, 「대통령거리」라고 불리던 곳에서 열리던 예술인시장, 젊은이들의 거리인 말레콘광장, 그리고 호텔앞에서 구걸하던 아이들의 악의없는 눈빛, 우리의 슬픈 역사인 애니깽의 자손들. 모두 쿠바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어쨌든 쿠바인들이 올해부터 세계인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긴다니 매우 기쁜 일이다. 아울러 북한땅에도 성탄의 기쁨이 전해지길 기원한다. 【한국여행문화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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