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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짜깁기 공청회'

발표자료, 과거 기고·토론회 내용 그대로 베껴<br>"가뜩이나 힘든 농민 두 번 울리나" 비난 목소리

지난 24일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공청회에서 협상에 반대하는 농민 시위자 중 일부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울경제DB

&&&이 기사를 고딕 제목으로 해 주세요.

&&재탕ㆍ삼탕 부실 발표 자료…농민 두번 울리는 공청회

지난 24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공청회. 회의장 앞에서는 협상에 반대하는 농민들이 행사 중단을 요구하며 몸싸움을 했고 일부 농민은 눈물을 흘렸다. 이 중 정치적 색채를 지닌 사람들도 없지 않지만 그들의 눈물은 상당수 농민의 불안한 마음을 대변한 것이었다.

그런데 같은 시간 정작 공청회 발표자 중 일부는 자료를 만들면서 과거 본인이 일간지에 올렸던 글을 '짜깁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적 절차인 공청회를 하는데 형식적으로 시간 때우기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미 FTA보다 훨씬 치밀한 준비로 설득을 해도 모자랄 판에 부실함으로 공청회를 진행한 데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26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24일 한중 FTA 공청회 1세션의 첫 번째를 담당했던 L씨의 발표문은 1월13일자 한 일간지에 본인이 기고했던 '한중 FTA, 시간은 중국편이다'의 글을 짜깁기한 수준이다. 공청회 발표자료와 기고문은 시작부터 유사하다.

'이제 중국의 경제규모가 일본을 넘어섰고 아직 미국의 3분의1 정도이지만 제조업 부분만 따지면 국내총생산(GDP)의 40%인 2조달러로서 미국의 1.8조달러보다 크다.'(공청회 글)

'일본을 제친 중국 경제규모가 아직 미국의 3분의1 정도지만 제조업만 따지면 GDP의 40%인 2조달러로 미국의 1.8조달러보다 크다.'(기고문)

문단 자체가 같은 부분도 허다하다. '현재 세계 주요국 중 한국이 그나마 중국 소비자들이 사고 싶은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중략)…중국의 지인 학자는 한국이 시간을 끄는 사이 중국 기업이 엄청 커졌다고 한국을 걱정해주는 투의 말을 한다. 즉 시간은 한국 편이 아니다' 등의 내용은 통째로 문단이 같다.



문제는 이런 게 한두 개가 아니라는 점. '이제 소비자에게 더 이상 희생을 요구하지 말고 물가 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한중 FTA로 화룡점정을 할 시점이다' 등은 형용사까지 똑같다. 내용 중에는 대만과 중국의 FTA 시점을 밝히면서 2010년을 '올해'라고 해 과거의 글을 다시 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상품 분야의 발표자료도 1월31일에 열렸던 '한중 FTA 토론회' 자료와 판박이다. 당시 주제발표를 했던 이들 중 공청회 때 다시 발표를 담당했던 사람이 겹친 경우인데 자신의 파워포인트 자료 중 상당 부분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 썼다.

공청회 상품 세션 중 중화학 및 전기전자 분야 대응방안 자료는 34장 중 29장이 토론회 때 나왔던 내용과 똑같다. 중국의 철강금속의 관세율에 관한 제목을 '5%'에서 '6%' 바꾼 것 외에 나머지는 사실상 복사해서 썼다.

수산물 분야도 협상 대응방안 등 주요 내용은 새로 만들어 보완했지만 나머지 5장 중 4장은 지난번 토론회 내용과 동일했다.

외교통상부는 이에 대해 "발표내용은 정부가 점검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며 "관련 내용이 제한돼 있고 자신이 전문으로 하는 부분이 뻔하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 발표자도 "기본 자료는 같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하지만 한중 FTA처럼 반대 목소리가 큰 사안에 이처럼 재탕∙삼탕식의 부실 공청회가 계속되는 것은 가뜩이나 힘겨워하는 농민들을 두 번 울리는 행위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차제에 이를 차단하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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