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두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예측 능력에 또다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불과 1년 전 장밋빛 전망으로 헛다리를 짚었던 국내 증권사들이 이제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전망치를 내놓으며 몸을 사리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26개 증권사들이 예측한 삼성전자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4조7,863억원이었다. 이는 삼성전자가 이날 잠정 집계해 발표한 영업이익 5조2,000억원과 비교해 8.6%가량 낮은 수치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근접한 전망치를 내놓은 곳은 IBK투자증권(5조1,970억원)과 하이투자증권(5조2,840억원), 삼성증권(5조1,340억원) 등 3곳에 불과했다. 특히 전체 26개 증권사 중 무려 20곳이 삼성전자의 4·4분기 영업이익을 4조원대로 전망했다.
하나대투증권의 경우 증권사 가운데 가장 낮은 4조1,100억원의 전망치를 내놓으며 실제 실적과 1조원 넘는 차이를 보였다. 대신증권(4조3,180억원)과 유안타증권(4조3,100억원), KB투자증권(4조4,560억원), 동부증권(4조5,000억원) 등도 실제 영업이익과 전망치 간의 괴리가 7,000억원이 넘었다.
국내 증권사들이 삼성전자 실적 전망에 대해 헛다리를 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1월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2013년 4·4분기 영업이익을 9조원대 중반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이보다 1조원 넘게 부족한 8조3,100억원에 그치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반면 당시 외국계 증권사들은 8조원대 중반의 전망치를 내놓으며 족집게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2·4분기에도 국내 26개 증권사의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8조471억원으로 실제 영업이익(7조2,000억원)에 비해 8,000억원이 넘는 간극을 보였다. 이후 국내 증권사들은 4·4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는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에만 젖어 있다는 비판을 피하고자 실적전망을 과도하게 하향 조정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처럼 국내 증권사들의 전망치가 번번이 빗나가는 것은 일방적으로 해당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하는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반해 외국계 증권사들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토대로 해외에서 유통되는 정보까지 모두 반영해 보다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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