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 펀드 투자자들의 투자 ‘불모지’나 다름없던 유럽으로 자금이 빠르게 몰리고 있다. 1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유럽에 투자하는 해외펀드(역내펀드)의 설정액은 올들어 7배나 급증했다. 지난해말 1,621억원에 불과했던 수탁고가 약 3개월만에 1조2,015억원까지 늘어난 것. 해외펀드 전체 설정액에서 유럽펀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말 1.34%에서 6.08%로 크게 증가했다. 이처럼 유럽펀드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자산운용사들도 잇따라 유럽펀드를 출시하고 있다. 올들어 신규 설정된 해외펀드 148개 중 20개가 유럽펀드일 정도다. 특히 유럽계 운용사와 합작한 국내 운용사들이 유럽펀드 출시에 앞장서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와 합작한 우리CS자산운용의 경우 지난해 10월 동유럽펀드를 출시한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유럽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우리CS유럽배당주식펀드’를 선보였다. 반대로 지난 2005년 유일하게 유럽 배당주에 투자하는 펀드를 내놓았던 신한BNP파리바운용은 올들어 동유럽펀드를 출시했다. 알리안츠자산운용도 서유럽 증시에 주로 투자하는 ‘알리안츠GI유럽성장주식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토종 운용사들도 유럽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형태로 펀드를 내놓고 있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유럽블루칩인덱스, MSCI이머징유럽인덱스, 유로배당주인덱스를 벤치마크로 하는 펀드를, KB자산운용은 다우존스 유로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를 출시했다. 유럽은 경제회복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여전히 기업들의 주가가 저평가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 대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기업간 인수ㆍ합병(M&A)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가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김동석 우리CS자산운용 채널마케팅팀장은 “유럽지역은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면서 주요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이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과거 15년 평균을 밑돌 정도로 저평가돼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펀드라 해도 투자지역 및 스타일에 따라 수익률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주로 서유럽 지역의 고배당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는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다. 동유럽 지역은 이머징마켓으로 분류되는 만큼 고수익 고위험을 추구하는 만큼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제로인에 따르면 설정액 100억원 이상인 유럽펀드 가운데 우리CS자산운용의 ‘우리CSEasternEurope주식ClassA 1’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5.3%를 기록한 반면 신한BNP파리바운용의 ‘봉쥬르유럽배당주식1’은 1.22%를 기록했다. 또 슈로더운용의 ‘슈로더팬유럽주식형재간접-자(A)-종류(A)’는 0.87%를 올려 유럽펀드간 수익률 격차가 5%포인트 이상 발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