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한 당국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의 집값 급등 현상에 대해 “매우 심각한 ‘위기 국면’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집값 급등이라는 단순히 표피적 상황 외에도 최근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정책적 난맥상도 한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의 신도시 발언 파문 이후 파생된 집값 문제, 여기에 콜금리 결정과 부동산 원가공개 문제 등을 놓고 당ㆍ정ㆍ청간에 이어지고 있는 이견들, 무엇보다도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잇따른 언론보도를 통해 상황의 심각함이 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 청와대가 직접 드라이브=이번 부동산 관계장관 회의는 겉으로는 다음주 당정협의에 앞서 정부안을 조율하는 차원의 성격이 짙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면서 대책을 조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않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부처간 조율뿐만 아니라 청와대가 직접 주도해 강력한 부동산 대책의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차원”이라고 풀이했다. 부총리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채 중구난방의 형국인 부동산 정책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풀겠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이 같은 의지는 최근의 행적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원가공개 확대 방침을 분명히 하고 사실상의 시장개입 의지까지 드러냈다. 앞서 2일 외국인 투자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집값 불안이 금융의 책임 해이 문제로부터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고 바싹 긴장해 점검하고 있다”는 말도 꺼냈다. 8ㆍ31 부동산정책의 실무작업을 책임졌고 청와대의 부동산 정책에 여전히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김수현 사회정책비서관이 7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를 직접 찾아간 것도 노 대통령의 의중이 묻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어떤 카드 꺼낼까=9일 회의는 3일 열린 부동산 장관회의의 내용에 대한 최종 점검과 함께 분양가 인하 방안과 금융 부문의 대책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관계 부처간 이견들이 있는 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반시설부담금의 정부 부담과 관련, 재정경제부는 정부 부담을 통해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고 하지만 기획예산처와 건설교통부 등은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때문에 3일 장관회의에서는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만 이어졌다. 관건인 주택담보대출 총량 규제에 대해서도 해답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에 대해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ㆍ한국은행 등은 힘들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반면에 청와대는 강력한 효용성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금리 문제의 경우 이날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기 때문에 논의 대상에서는 제외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의 심각한 인식을 감안할 때 보다 강한 효력을 나타낼 수 있는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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