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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해소, 재원마련 어떻게] 성장활력 꺼뜨리지 말아야

정권 바뀌어도 이어질 '비전'필요<br>올렸다 내렸다 조변석개 세제정책 "불신만"<br>증세방안 근로의욕 상실등 부작용 더 커<br>성장정책 통해 필요한 재원마련 해야




양극화 해소라는 토끼를 잡기 위해 유럽식 증세, 국채발행 등 여러 구원투수들이 언급되지만 문제점도 산적해 있다. 특히 1순위로 꼽히는 증세는 당면한 여론반발 이외에도 “열심히 벌어봤자 세금 내느라 돈을 다 쓴다”며 일할 의욕을 잃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분배와 복지증진을 위한다며 재원을 늘리다가 성장잠재력만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고민이 깊어진 탓인지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에서도 당초 조세개혁 방안을 일부 포함했지만 막판에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금으로 양극화 해소 가능할까=복지증대를 이유로 세금 재원을 늘려봤자 양극화가 해소되기 어렵다는 경고가 많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본적으로 세금을 통해서는 소득분배가 개선되기 어렵다”며 “사회적 일자리가 늘어나도 저소득층은 근근이 생계를 유지할 소득만 벌 뿐 생활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저소득층에 쥐꼬리만한 지원을 늘리겠다며 무리하게 세금을 더 걷느니 차라리 이를 투자활성화에 사용해 꾸준한 소득이 제공되는 양질의 일자리가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갑작스런 증세는 민간소비와 투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비판도 높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경제성장이 예전보다 둔화된 상황에서 세금이 늘면 민간소비ㆍ투자여력이 줄어드는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가 발생한다”며 “성장활력을 꺼뜨리는 재원배분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요한 재원은 성장을 통해 더 많이 벌어서 얻어야지 억지로 쥐어짜낼 생각을 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세금으로 복지재원을 마련한 스웨덴ㆍ노르웨이 등 북유럽에서는 근로의욕을 감소시킨 ‘복지병’의 시초가 과도한 세금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생산성이 높은 고소득층은 세금을 걱정해 국적을 포기하는 반면 저소득층은 근로동기를 잃고 국가에만 기대왔기 때문이다. ◇차기 정권에도 유지될 근본철학 세워야=‘양극화 해소’라는 반박하기 어려운 명분을 달았음에도 불구, 이를 위한 중장기 재원확보 방안이 일관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국가백년대계의 ‘뼈대’로 꼽히는 세제정책이 항상 땜질식으로 바뀌어온 탓에 이번 재원확보 대책도 별다를 것 없다는 비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오는 4~5월께 160여개의 비과세, 감면제도를 재검토한다고 하지만 사실 경기가 안 좋다고 임시투자세액공제, 소득세율 인하 등을 마련한 주체도 정부였고, 세수가 모자란다고 이제 다시 이를 없애겠다고 나선 것도 정부”라며 “조변석개(朝變夕改)를 밥 먹듯 해온 정부의 세제정책은 이미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고 말한다. 30년 뒤를 내다볼 재원대책이라고 해봤자 이 또한 몇년간 세수부족을 겪으면서 급하게 내건 마니페스토(선언)에 불과하다는 것. 나성린 한양대 교수(경제학과)는 “어떤 명목이든 세금부담 증가는 근로의욕 상실, 저축률 저하, 기업투자 감소, 인플레 발생 등의 부작용을 부른다”며 “조세부담을 줄이는 게 국제 추세인데 유독 한국만 거꾸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부족한 돈만 탓하기 전에 ‘써야 할 곳’과 ‘복지목표’에 대한 뚜렷한 비전과 철학을 먼저 확립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복지수준이든 재원마련 대책이든 너무 앞서나가서는 곤란하다”며 “우리 현실에 맞는 적정한 수준을 먼저 찾는 게 중요 과제”라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도 “경기사이클만 보지 말고 궁극적으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전제를 달고 재원마련 대책의 이념을 미리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의 합의를 통해 신뢰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고 차기 정권에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방향성을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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