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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공익요원 위치확인 전자칩 '물의'
입력2004-06-01 05:27:33
수정
2004.06.01 05:27:33
근무지 이탈 방지용…'인권침해' 반발
서울지하철공사가 지하철 역사에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이 근무지에서 제대로 근무를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자칩을 지급,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서울지하철공사에 따르면 지하철 1∼4호선 역사에 질서유지 업무를 하는 공익근무요원의 근무지 이탈과 근무태만이 잦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달 24일 전자칩이든 근무자 위치표 250여개를 각 역에 2개씩 보급했다.
이 전자칩은 지하철 승강장에서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이 근무지에 갖고 나가는 것으로 불시에 순찰자가 순찰을 하면서 공익근무요원이 제자리에 있는 지 확인한 뒤순찰자의 칩과 교차하면 그 시각이 칩에 기록된다.
현재 지하철 1∼4호선에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 1천184명은 반드시 전자칩이 내장된 카드를 목에 걸고 지하철역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익근무요원들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고 시민단체에서도 '인권침해'라며 강하게 지적하고 나섰다.
한 공익근무요원은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며 전자칩으로 근무위치를 확인하는 것은 상당히 불쾌하고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공익근무요원들 사이에서 이 전자칩은 '개목걸이'로 통한다"고 불만스러워 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간사는 "병역의무를 하는 공익근무요원이라 해도 명백한 노동감시로 볼 수 있다"며 "전자칩을 통해 근무지를 확인하는 행위는 상당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간사는 "범죄예방용 폐쇄회로TV가 모든 국민을 범죄 예비자로 보듯이 지하철공사의 이같은 행위는 공익근무요원을 예비 근무태만자로 간주하는 것"이라며 "관리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한 편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도 "일종의 감시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인권침해로 볼 수 밖에 없다"며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한다 해도 인간의 존엄성과 사생활은 보장돼야 하고 전차칩을 통한 감시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도 보호관찰자를 대상으로 비슷한 감시제도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인권침해 논란으로 결국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떻게 이런 발상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반발이 잇따르자 지하철공사측은 "최근 지하철 자살사고와 테러위협이 높아지고 승객 질서유지 때문에 공익근무요원이 승강장에서 상시근무를 하고 있는데 근무지를 이탈하는 사례가 많아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2호선의 한 역장은 "공익근무요원들이 근무지를 이탈해 PC방 등에서 놀면서도 이를 지적하면 '증거를 대라'며 근무지에 있었다고 우기는 사례가 많았다"며" 전자칩에 시간이 기록되면 이러한 근무태만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역장은 "순찰자는 청원경찰 등으로 구성되는 데 이들도 순찰을 잘 돌지 않는 경우가 있어 이들의 근무실태를 관리하는 데도 전자칩이 쓰인다"고 귀띔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정윤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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